나경원 "법원이 정당 비상상황 여부 판단?…사법의 정치화"

입력 2022-08-30 14:08   수정 2022-08-30 14:09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한 것을 두고 "어이없고 놀라운 상황"이라며 "사법의 정치화"라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절차는 잘 지켰는데, 비상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며 "비상 상황이냐 아니냐 판단은 정치 판단이고, 정당이 판단할 부분인데 그것을 법원이 판단해버렸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비상 상황 판단을 상임전국위원회가 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당원 전부의 투표로 결정해야 하냐"며 "모든 당원의 권한을 위임받은 상임전국위의 결정을 무력화하는 것은 즉,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재판이 늦어지는 것을 보고 불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황당한 재판의 결과가 나왔는데, 더 황당한 것은 황 모 판사가 이 재판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것"이라며 "가처분 재판은 항고해 상급심인 고등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기 위해서는 이의신청 절차를 반드시 거치게 돼 있다. 한마디로 가처분 재판을 한 재판부에 다시금 판단을 받게 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통상의 경우 위급한 상황의 이의신청은 빠르게 판단한 후 상급심 재판의 길을 열어주는데, 황 판사는 이의신청 심문기일을 추석 이후 14일로 정했으니 이의신청 재판도 꽤 오래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우리법연구회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하에 주요 형사, 신청재판장을 대법원장 코드와 맞는 판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세간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게 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우리 당은 사법의 정치화로 고약한 외통수에 걸렸다. 한마디로 황 판사의 그림대로 디자인 되게 됐다"며 "이 전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 가처분 신청을 한다고 한다. 주호영 의원은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한다고 하지만, 같은 재판부가 판단하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우리 냉정을 찾아보자. 분명 비대위 구성까지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당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나. 지금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민주당에 의한 의회 장악 등 정권교체는 안 됐다"며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도 어려운 상황에서 당내 분란은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대표의 기자회견을 들으면서 어느 당원이 그 당대표를 신뢰하겠는가. 양두구육 하면서 대통령을 폄훼하는 당대표와 어찌 마음을 열고 국가 현안을 논의하겠는가"라며 "이미 파탄 난 이 상황은 정리돼야 하기 때문에 결국 정치적 해결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모두들 내려놓고 멈추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 황정수)는 지난 26일 이 전 대표의 주호영 비대위원장 상대 직무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주 위원장이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직무집행을 정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고위·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은 당사자적격이 없어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다.

법원은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의 배경이 된 '비상 상황' 자체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알 수 있는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설치해야 할 정도의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채무자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상 비상 상황 요건을 구체화해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에 대해서도 당내 일각에서는 '법원의 판단에 반한다'는 취지의 반발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표는 앞선 가처분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에 비대위 전원의 활동을 멈춰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추가로 신청하며 맞불을 놨다. 서울남부지법 관계자는 내달 14일 오전 11시 이 전 대표의 추가 가처분 신청 사건을 심문한다고 이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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