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신’으로 불린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향년 90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그는 파산 직전의 일본항공(JAL)을 기적적으로 회생시키면서 존경받는 일본 기업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교세라는 30일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교토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일본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돼 온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파나소닉(옛 마쓰시타전기)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와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통신 분야 진출에 성공하면서 교세라는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일본 기업이 됐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1984년 KDDI(제2전신전화주식회사)를 설립해 본업인 세라믹 부품 생산과 전혀 무관한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일본 내 최대 이동통신 시장은 NTT가 독점하고 있어 통신비가 매우 비쌌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점보다 경쟁을 통해 통신비가 싸지면 국민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해 사명감을 갖고 신사업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KDDI는 현재 일본 2위의 이동통신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평소 자신의 경영철학을 ‘전 종업원의 행복과 사회 전체의 진보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밤낮없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창업 멤버들이 그에게 단체교섭을 요청하자 복지 등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아메바 경영’을 추구했다. 아메바 경영은 그가 1965년 고안한 시간당 채산제도가 시초다. 이후 교세라만의 독창적인 경영관리법으로 자리잡았다.
아메바 경영은 조직을 아메바라고 부르는 10명 남짓의 소집단으로 나누는 데서 출발한다. 각 아메바는 리더를 중심으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멤버 전원이 노력해 목표를 달성하는 구조를 갖춘다. 사원들이 주도적으로 경영에 참가하는 게 특징이다. JAL의 조기 정상화는 그가 추구하는 아메바 경영의 효율성을 세계에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의 경영 스타일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별세하기 직전 10여 년간 교세라의 성적표는 매우 부진했다”고 전했다. 이토 가즈노리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교세라에는 이제 현대에 걸맞은 경영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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