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높아지는 쌍둥이 출산율

입력 2022-08-30 17:29   수정 2022-08-31 00:16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100세에 얻은 아들이 이삭이다. 40세에 리브가와 결혼한 이삭은 무려 20년이 지나서야 쌍둥이 아들 에서와 야곱을 얻었는데 둘은 생김새도 성격도 판이했다. 형 에서는 체격이 건장했고, 불그스레한 피부에다 온몸에 털이 수북했다. 거칠고 야성적인 에서는 용맹한 사냥꾼이 돼 고기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들었다. 반면 어머니는 조용하고 내성적이라 주로 장막 안에 머무르며 집안일을 도와주는 야곱을 좋아했다.

에서는 배고픔을 달래려고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권리를 야곱에게 넘긴 것으로 유명하다. 야곱은 137세가 돼 기력이 쇠하고 눈마저 침침해진 이삭을 속여 장남인 형에게 가야 할 아버지의 축복마저 가로챘다. 형제의 운명은 그렇게 갈렸다.

이처럼 옛 역사와 신화에는 쌍둥이 이야기가 많다. 로마의 전설에 등장하는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 태어난 태양의 신 아폴로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남매, 유다가 며느리 다말을 범해 태어난 아들이자 손자인 베레스와 세라…. 삼국사기에는 신라 벌휴왕 때 경주 부근의 한기부에서 한 번에 아들 넷, 딸 하나를 낳았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유사에는 신라 문무왕 때 세쌍둥이와 네쌍둥이가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문무왕은 네쌍둥이를 낳은 여종에게 곡식 200석을 상으로 내렸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세쌍둥이 이상을 낳으면 양반집 1년치 양식에 해당하는 쌀과 콩 10석을 내렸다고 조선왕조실록은 전한다.

지난해 태어난 쌍둥이(다태아)가 1만4000명으로 전체 출생아(26만4000명)의 5.4%에 달했다고 한다. 1990년대 1%대였던 쌍둥이 비율은 2002년 2%, 2012년 3%, 2018년 4%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5%를 돌파했다. 여성의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시험관 등 난임 시술을 받는 부부가 많아진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난임 시술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난자를 배란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쌍둥이를 가질 확률이 커진다는 것이다. 출산 연령대가 높을수록 쌍둥이 비율이 커지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24세 이하에서는 2.1%인데 25~29세 2.8%, 30~34세 4.7%, 35~39세 8.1%로 높아졌다. 저출산이 국가적 고민거리인 시대에 난임 시술까지 받으면서 아이를 가지려는 부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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