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독서예찬

입력 2022-08-30 18:19   수정 2022-08-31 00:13

얼마 전 지인이 취미를 묻길래 ‘독서, 음악 감상, 영화 감상’이라고 대답했더니, 그분은 “취미란 시간과 돈을 투자했을 때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내가 말한 세 가지 모두 취미로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독서만큼은 그 정의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취미라는 생각이 든다. 돈과 특히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고,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야 자신만의 스타일이 생길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양과 실력이 늘기 때문이다.

내가 월 1회 참여하는 학생들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는데, 하나는 내 취미를 묻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묻는 것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내 취미는 독서”라고 하면서 독서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하고, 특히 “본인이 재미있어 하는 어떤 책이든 되도록 많이 읽으라”고 덧붙인다. 나는 어릴 때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애거사 크리스티나 코넌 도일의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탐정이 된 것처럼 작가와 함께 추리해 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역사책을 읽으며 그 시대에 사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자선재단 ‘바키 재단(Varkey Foundation)’과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Global Teacher Prize’는 ‘교사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데, 2015년 이 상을 수상한 미국의 낸시 애트웰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독서의 기쁨을 알게 하는 것이 교사의 소명’이라고 했다. 그가 근무하는 중학교 학생들은 매년 40권 이상 책을 읽는데, 이 학교의 독서 방식은 학생들이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지 묻는 것부터 시작된다. 학생들은 자기 관심 분야와 관련된 잡지나 신문 읽기부터 시작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선생님이 각자의 독서에 대해 격려해주는 것이다.

게임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게임 잡지부터 시작해 게이머 스토리, 게임산업, 게임스토리의 근간이 된 신화까지 영역을 넓히고,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스포츠 잡지부터 시작해 유명한 운동선수의 스토리와 나중에는 해부학 책까지 읽는 식이다. 이런 자유롭고 즐거운 독서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왕성한 독서가가 되고, 교양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한다.

책보다 동영상이 더 눈길을 사로잡는 시대, 우리나라 성인 중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독서 습관을 평생 가져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동호회를 통해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올해 가을부터는 중단했던 회사 내 독서모임을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한다.

‘서권기 문자향(書卷氣文字香)’이라는 문구가 유난히 잘 어울리는 계절, “책을 읽어 교양을 쌓으면 몸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기가 난다”는 이 말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기운을 모두가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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