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은 24조원에 달하는 지출 구조조정이다. 통상(10조원 안팎)의 두 배 수준이자 사상 최대 규모다. 과거에도 정부는 해마다 “역대급 지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항상 예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달랐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기획재정부가 독하게 지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기재부가 지출 구조조정을 늘린 건 재정 기조를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바꾸는 동시에 국정과제 이행과 취약계층 지원, 미래 투자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33조원의 재정여력 확보가 필요했는데, 문재인 정부 때 본예산 대비 연 8~9%대에 달했던 예산 증가율이 내년엔 5.2%에 그치면서 내년 예산 증가액 중 중앙정부의 실질 가용재원이 9조원에 불과한 만큼 지출 구조조정을 예년 수준의 두 배로 늘려야 했다는 것이다.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시적으로 국고 지원이 이뤄졌지만, 내년부터는 이를 지방자치단체 자체 사업으로 돌리도록 했다. 본예산 기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2021년 1조522억원, 올해 6050억원이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 내 가맹점에서 결제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할인해 현금 등으로 돌려주는 상품권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의욕적으로 도입했고 문재인 정부도 국가 예산으로 뒷받침한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 예산도 대폭 줄었다. 노후 학교 시설을 스마트 학습환경으로 전환하는 ‘그린 스마트 스쿨’ 조성 사업에는 982억원 삭감된 4212억원만 반영됐다. 수소전기차 보급 사업 예산도 절반 가까이 줄어든 3600억원으로 결정됐다. 수소차 수요가 많지 않아 지원 수준을 현실화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 예산은 절반 이상 줄었다.
교육 예산과 일반·지방행정 예산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교부금 등 국세 수입에 연동해 지방에 넘겨주는 재원과 국고채 이자 등을 빼면 올해보다 축소된다.
예산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분야(증감액 기준)는 보건·복지·고용이다. 올해 본예산(217조7000억원)보다 8조9000억원(4.1%) 늘어난 226조6000억원이 배정됐다.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2조5000억원(4.6%) 늘어난 57조1000억원이었다. 연구개발(R&D) 예산은 9000억원(3.0%), 환경 분야 예산은 5000억원(3.9%),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은 6000억원(2.4%) 늘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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