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3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레드백 장갑차를 호주에 수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엄 청장은 “호주에 레드백 장갑차 수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9월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는 게 호주 측 예상”이라며 “레드백 장갑차를 호주에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갑차는 전투 중 보병 등의 빠른 수송을 주 임무로 하는 차량이다. 한화디펜스가 만든 최신 보병 전투 장갑차 레드백은 적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미리 감지해 무력화할 수 있는 ‘능동방어 시스템’을 갖췄다. 처음부터 호주 지형이나 장병 체격을 염두에 두고 맞춤형으로 설계했다는 장점도 있다. 레드백의 대당 가격은 1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이번 장갑차 도입 프로젝트 규모를 감안하면 총계약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선다.
엄 청장은 다른 방산 계약 논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노르웨이에 K2 전차를 수출하는 안은 10월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 장비가 우수하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폴란드 정부와 FA-50 경공격기 48대에 대한 이행계약을 다음달에 맺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엄 청장은 “지난 26일 (폴란드 정부와) K2 전차 180대의 이행계약을 완료했으며 총괄 계약에는 1000대가 포함됐다”며 “K-9 자주포는 112문에 대해 이행계약을 체결했고, 672문을 현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했다.
한국 방산업계의 글로벌 진출이 속도를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 방산 수출 규모는 약 9조원이었지만 올 들어 최근 맺은 폴란드와의 전차·자주포·경공격기 기본계약 규모만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엔 폴란드 외에 아랍에미리트(UAE)와 천궁-2 요격미사일, 이집트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었다.
다만 일각에선 엄 청장의 이 같은 정보 공개에 대해 국제 관례상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 간 무기 수출은 계약이 완료될 때까지 공개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수입국 차원에선 무기를 도입하려는 배경인 적성국가에서 반발할 수 있고, 수출국도 경쟁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호주는 최근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확장 정책을 펼치자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레드백 장갑차 또한 여전히 독일 방위사업체인 라인메탈의 장갑차와 경쟁 중이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어느 국가나 적성국가가 있고 대립이 심하기 때문에 수출할 때는 입을 다물고 있고 ‘방산협력’이라 표현한다”고 지적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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