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가부장적이며 외골수인 남편이자 아버지인 ‘톨락’의 독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눈길을 끄는 건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이다. “나는 톨락. 잉에보르그의 남편이다. 나는 과거에 속한 사람. 여기는 내 자리이며,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다.” 같은 식이다. 짧은 문장 덕에 술술 읽힌다.
“입술 사이로 피가 흘렀다.” 소설이 첫 문장이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똑같은 증세였다. 병원을 찾은 톨락은 예상한 대로의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과거를 회상한다. 온화하고 따스한 성격에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내 잉에보르그와 함께 두 아이를 키우며 행복하게 지냈던 때다.
그러다 ‘오도’라는 지적 장애아를 입양해 키우기 시작하는데, 어느 날 아내가 실종된다. 사실 아내를 죽이고 땅에 묻은 건 톨락이었다. 작가는 이야기 중반에 이를 알린다.
이 책은 스릴러다. 대단한 사건이나 긴박한 서사는 없지만, 인적 드문 외딴 마을을 배경으로 톨락의 독백만으로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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