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론스타에 '일부 패소'…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행정 정비해야

입력 2022-08-31 17:44   수정 2022-09-01 06:54

정부가 론스타와의 10년 분쟁 끝에 2억1650만달러(약 2800억원)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정이 나왔다. 론스타가 청구한 6조3000억원의 4.6% 수준만 인용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일부 패소’ 판정을 받은 데다 국민 세금으로 물어줘야 할 금액도 상당해 엄중한 판단과 사후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자 비용 185억원이 더해져 총 배상액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는 주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관련 건이었다. 중재판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지연 과정에 한국 정부 책임을 일부 인정한 만큼 직무상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관련 인사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따져야 한다. 향후 거액의 국가배상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객관적인 평가와 책임 규명은 필수다.

이번 판정으로 정부와 해외 투자자 간 분쟁이 끝난 건 아니다. 우리 정부가 이의 제기 입장을 밝힘에 따라 최종 결론까지는 1~2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론스타가 2012년 처음으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제도를 통해 소송을 제기한 후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10건이 잇따랐다. 이 중 4건이 종료됐고 6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제 투자가 늘면서 관련 소송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제 분쟁 대응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향후 국제 분쟁 소송으로 인한 더 큰 국가적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다.

이번 판정은 외국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 간 보호 수준에 격차가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ISDS의 적용 대상은 해외 투자자의 진입부터 사업 운영, 자금 회수에 이르는 모든 절차상 행정, 입법, 사법 행위를 포괄한다. 글로벌 관점에서 국제와 국내 행정법 간 비교를 통해 ‘우물 안 개구리식’ 행정은 없는지 점검하는 게 급선무다. ISDS의 적용 대상이 폭넓고 규정도 복잡한 만큼 입법 및 행정 결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 절차적 적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표준에 맞춘 규제의 합리화도 필요하다. 이참에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거나 법률을 제·개정할 때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지, 외국인 투자자의 소송 제기 가능성이 없는지 사전에 면밀히 점검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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