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군, 中드론에 첫 경고 사격…차이잉원 "제압하라" 직접지시

입력 2022-08-31 17:42   수정 2022-09-30 00:01

대만군이 영공으로 날아든 중국 드론을 향해 실탄 사격을 가했다. 중국 드론에 대한 대만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진 첫 강수다. 중국의 군사적 도발이 양안 간 무력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군 진먼방위사령부는 “지난 30일 오후 6시께 진먼섬에 접근한 드론을 향해 실탄을 발사했고 이후 드론은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발표했다.

대만에서 200㎞ 넘게 떨어진 곳에 있는 진먼섬은 ‘대만 안보의 최전선’으로 여겨진다. 대만이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 본토(샤먼)와의 거리가 3㎞에 불과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중국 무인기 석 대는 진먼섬 상공에 진입했다가 대만군이 신호탄을 쏜 후 중국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드론 한 대가 다시 진먼섬 해상에 출현하자 대만군은 경고를 보낸 후 방어용 실탄 사격을 가했다. 대만군 한 관계자는 “우리는 절차에 따라 경고하고 통보한 후 신호탄 등으로 퇴출을 시도한다”며 “그럼에도 실패하면 사격한다”고 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대만군이 중국 드론을 겨냥해 경고 사격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대만군은 29일 중국 드론이 진먼섬 주변을 비행하자 신호탄을 발사해 내쫓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사격은 “적시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 중국 드론을 제압하라”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지시 직후 이뤄졌다. 중국은 지난 2~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진먼섬을 중심으로 연일 드론을 띄우며 대만을 자극하고 있다.

양안 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 정치인의 대만 방문은 이날도 이어졌다. 공화당 소속인 더그 듀시 애리조나주지사는 30일부터 사흘간 대만에 머물며 반도체 협력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가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공장과 관련해 협력 업체를 유치하는 게 그의 주된 방문 목적이다. 8월에 대만을 방문한 미국 정치인은 5명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중국산 수입품 관세 인하 조치가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만 문제로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데다 관세 인하 논의의 배경이던 인플레이션이 차츰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중국 수입품의 관세를 완화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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