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내홍을 틈타 ‘민생 경제’를 내세우며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 정기국회를 하루 앞둔 31일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고 최우선으로 추진할 ‘민생 입법 과제 22개’를 발표한 것이다. 지난 28일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빠르게 전열을 정비하며 강력한 야당으로서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날 우선 추진 과제로 선정된 법안 중 상당수는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거나, 기업 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번 정기국회는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끌어내고, 그동안 퇴행시킨 국정을 바로잡을 골든타임”이라며 “직장인 교통비 절반 지원법, 납품단가 연동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정기국회 안에 꼭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넥타이 없이 흰색 셔츠, 하얀색 옷을 입고 저마다 각자 추진하는 법안을 적은 손팻말을 들었다. 이 대표는 ‘불법사채 금지’를 적었다. 당 대표 당선 직후부터 “높은 가계부채나 사업의 실패로 인한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분이 많다”며 ‘불법 사채 무효법’을 우선 추진 입법 과제로 꼽은 연장선이다. 그는 법정 최고이자율을 어긴 대부계약을 무효화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 대부분은 가격 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반시장’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폭리방지법’ ‘납품단가 연동제’ ‘쌀값 정상화법’ 등이 대표적이다. 금리폭리방지법은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의 대출·가산금리 산정 방식, 원가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쌀값 정상화법도 쌀이 정부 목표치보다 3%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5% 이상 하락할 경우 초과 생산 물량을 정부가 매입하도록 하는 강행 규정을 담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의무 반영하도록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정부·여당도 추진 중인 법안이지만 인플레이션 시기 물가 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 활동에 피해를 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도 주요 과제에 포함됐다. 기업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는 데다 불법 파업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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