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물가 잡기)이 마무리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이처럼 강력한 금리인상 의지를 재확인하자 비트코인도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29일 기준 비트코인은 1만9700달러로 파월 의장의 연설 직후 2만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발표된 17일 이후로만 무려 17.9% 떨어졌다. 앞선 6주간의 상승세를 고스란히 반납한 것이다. Fed발(發) 충격에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을 비롯한 암호화폐 전반이 일제히 하락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비트코인이 이번달에만 14% 떨어지면서 8월 기준으로 2015년 이후 가장 큰 손실을 봤다”고 분석했다.
Fed가 본격적인 QT에 나서게 되면 위험자산인 암호화폐로부터 유동성이 다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인 니콜라스 머튼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 주기가 이제 막 시작됐다”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단기적 반등이 관측될 수는 있지만 결국 약세장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간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는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시장 흐름은 2018년 후반 약세장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며 “거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바닥을 다지는 단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역사적으로 2013년 이후 9월에는 평균적으로 6%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개인투자자의 심리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암호화폐를 장기간 팔지 않겠다’고 밝힌 캐나다 억만장자 케빈 오리어리는 “암호화폐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진 2만5000달러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기관투자가들의 유입 없이는 상승을 위한 매수세가 이어지긴 어렵다”며 “2만~2만5000달러 사이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명확한 규제가 나타나기 전까진 기관투자가들이 매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의 회계감사가 늦어지면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더는 가치가 1달러에 고정돼 있어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서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주요 결제수단으로 활용된다. 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최고기술책임자는 “회계감사 완료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테더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만큼 준비금으로 마련해둔 미 국채나 회사채, 현금 등이 충분한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의미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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