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규모의 국내 소주시장에 소주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올가을 ‘소주 전쟁’이 예고됐다. 소주 시장 점유율 1위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출시한 증류소주 진로1924 헤리티지와 참이슬·진로이즈백을 통해 1위 기업 입지를 굳히겠다는 목표다. 롯데칠성음료는 증류식 소주를 첨가한 희석식 소주인 ‘처음처럼 새로’ 출시를 예고하며 하이트진로와의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올 초 ‘오픈런’을 일으키며 소주 시장의 부활을 주도한 원소주도 올해 세 번째 라인인 ‘원소주 클래식’을 공개했다.
하이트진로가 2019년 4월 선보인 ‘진로이즈백’은 레트로 트랜드와 맞물려 희석식 소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하늘빛 병을 사용해 “소주는 초록병”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깼고 두꺼비 캐릭터는 진로의 상징이 됐다. 캐릭터 IP를 활용해 하이트진로는 ‘두껍상회’라는 굿즈 팝업스토어도 전국에 열고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을 통해 소주시장에서 점유율을 10%포인트 가까이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새로를 통해 점유율 되찾기에 나섰다. 패키지를 투명병으로 선택했고 병에는 세로줄의 홈을 팠다. 브랜드 앰배서더로는 구미호 캐릭터를 활용할 예정이다.
‘처음처럼 새로’는 기존의 소주 제품과는 달리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 소주다. 알콜에 물을 탄 희석식 소주이긴 하지만 여기에 증류식 소주도 소량 첨가해 증류식 소주의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도수는 16도. 출고가는 한 병(360mℓ)에 1095.6원으로 처음처럼(1162.7원)보다 저렴하다. 다만 판매 가격은 유통 채널별로 다를 수 있다. 내년부터 본격 도입되는 주류 제품의 영양성분 표시도 선제적으로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젊은층 사이에서 증류소주가 인기를 끌고 진로이즈백이 두꺼비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것을 보며 롯데칠성음료도 이같은 트렌드를 제품에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주 시장에서 증류식 소주는 급성장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2480㎘로 전년 대비 28.5% 늘었다. 2019년 3.8%, 2020년 12.5%에 이어 증가세가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반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82만5848㎘로 전년 대비 5.5% 줄었다.
원스피리츠는 이달중 ‘원소주 클래식’을 자사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 시작할 예정이다. 원소주 클래식은 국내에서 새롭게 개발된 효모를 사용하고 상압증류 방식을 적용한 소주로 ‘원소주’(2월), ‘원소주 스피릿’(7월)에 이어 원스피리츠가 내놓은 세 번째 제품이다.
원스피리츠는 한국식품연구원이 개발한 효모균주 8종 중 9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의 실험을 거쳐 맛, 향 발효속도가 가장 뛰어난 No.5 효모를 ‘원소주 클래식’에 적용했다. 국내에서 새롭게 개발된 효모를 제품화한 사례는 원소주 클래식이 최초다. 전통 증류 방법인 상압증류 방식으로 증류해 미지근하게 마시면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스피리츠는 신제품의 도수를 점차 올리고 있다. ‘원소주 클래식’은 28도로 원소주 스피릿(24도)이나 원소주(22도) 대비 높다. 소비자 가격은 한 병(375mℓ)에 2만1900원으로 책정했다. 기존 제품(1만2900원~1만4900원)보다 비싸다.
판매 채널에 관계없이 매번 품절대란을 일으킨 원소주는 이번에도 “한 달에 3만병만 팔겠다”고 발표했다. 이달중 ‘원소주 온라인 몰’에서 평일 오후 2시부터 매일 1400병씩 선착순으로 판매한다. 자사몰에서 원소주 클래식을 구매한 이력이 없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2000병을 드로우 형태로 풀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도 지난달 초 ‘진로 1924 헤리티지’를 통해 프리미엄 증류 소주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한 병에 1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달 더현대서울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 예상보다 많은 고객들이 찾아왔다”며 “팝업 매장운영 기간을 늘리고 하루 판매 수량을 제한해야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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