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강남' 송도국제도시 집값이 안갯속에 휩싸였다. 집값을 끌어올렸던 큰 호재 가운데 하나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조기 착공에 적신호가 들어오면서다. 시가 발표한 행정구역 개편에서도 송도국제도시 분구 계획이 빠지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는 송도 집값은 당분간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 집값을 밀어 올렸던 큰 요인인 GTX-B노선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인천지하철 인천대입구역(인천시 연수구)에서 출발해 경춘선 마석역(남양주시)까지 이어지는 GTX-B는 구간별로 살펴보면 △인천대입구~용산을 잇는 39.89km(민자 구간) △용산~상봉 19.95km(재정 구간) △상봉~마석 22.86km(민자 구간) 등이다.
이 가운데 국토부는 재정 구간인 용산~상봉 착공 시기를 단축하기 위해 총 4개 공구로 나눠 턴키(설계와 시공 일괄 수주) 방식으로 발주했는데, 4공구만 한화건설과 KCC건설이 참여해 유효 경쟁이 성립됐다. 나머지 1, 2, 3공구에선 각각 대우건설 컨소시엄, DL이앤씨 컨소시엄,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응찰해 유찰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세금을 투입하는 재정사업엔 사업자 2곳 이상이 응찰하지 않으면 입찰이 무효가 된다.
입찰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당초 2023년이었던 착공 시기도 2024년 상반기로 밀리게 됐다. 이에 예산도 줄었다.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GTX-B노선 사업 예산은 384억원이다. 전년 803억원 대비 419억원 줄었다. 재정 구간엔 324억원을 신규 편성했지만, 민자 구간은 60억원이 편성됐다.
재정 구간 공사가 늦어지면 민자 구간 역시 연기될 수밖에 없다. 완공 기간이 늦어진단 얘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재정 구간이 입찰 과정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는데, 민자 구간 역시 사업자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정 구간과 민자 구간이 사업이 모두 완료돼야 개통이 되는 만큼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GTX-B노선 개통도 늦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국토부는 재공고 등 후속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애초 계획한 개통 일정(2030년)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송도가 분구 계획에서 빠진 점도 송도 주민들을 애태우는 이유 중 하나다. 인천시는 지난달 31일 생활권과 인구 규모에 적합하도록 현행 2군·8구인 행정구역 체계를 2군·9구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우선 인구 14만명의 중구와 6만명의 동구를 통합해 영종도 중심의 영종구(10만명)와 중구·동구 내륙 지역의 제물포구(10만명)로 분리하기로 했다. 송도는 개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송도 분구가 무산되자 송도 온라인커뮤니티 '올댓송도' 김성훈 대표는 "어느 지역보다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한 송도국제도시가 이번 논의에서 제외됐다는 점은 유감"이라고 했다.
송도 내에서 분구에 대한 아쉬운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결국 집값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판교나 동탄에서도 '우리가 왜 분당구냐', '우리가 왜 화성시냐' 등을 이유로 분구를 주장하기도 했다"며 "송도가 분구를 주장하는 이유도 집값과 연결 지을 수 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이 아니라 '송도구'가 되면 집값 상승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도국제도시 주민들 사이에선 일련의 사태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GTX 착공이 되긴 되는 것이냐. 이러다 2030년은커녕 2050년에 개통되겠다", "정권 바뀌면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더니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송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인천시에 공식적으로 청원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분구까지)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등의 반응이다.
송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주춤해진 가운데 GTX 조기 착공 연기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 사이에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송도 집값도 하락세를 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는 지난달 26일 7억2000만원에 직거래 됐다. 지난 4월 직거래된 9억5000만원보다 2억3000만원 낮은 가격에 주인이 바뀌었다. 이 면적대는 지난해 9월 9억7500만원까지 거래됐는데 이보다는 2억5500만원 내린 수준이다.
‘송도더샵퍼스트파크15블록’ 전용 59㎡도 지난달 3일 7억원(직거래)에 거래돼 직전 거래 10억3000만원(7월, 중개 거래)보다 2억7000만원 내렸고, 맞은 편에 있는 ‘송도더샵마스터뷰21블록’ 전용 84㎡도 지난 7월 7억6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 올해 최고가인 8억9850만원보다 1억3850만원 내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대표는 "당분간 송도 집값은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수년간 너무 급하게 오른 것이 원인이다. 급등한 만큼 이에 따른 조정 폭도 클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천 집값은 1.77% 떨어졌다. 다른 수도권 지역인 서울(-0.85%), 경기(-0.46%)보다 더 많이 하락했고, 수도권 평균(-1.3%)을 웃도는 수준이다. 인천 8개구 가운데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가 3.29% 내려 가장 큰 폭 떨어졌다. 연수구는 지난해 24.14% 뛰어 인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이 집값이 오른 곳이다.
거래가 원활하지 못하면서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인천 전체 매물은 4만2504건으로 연초 2만6256건보다 1만6248건(64.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수구도 5067건에서 8145건으로 60.75%, 송도동은 3275건에서 5408건으로 65.12% 늘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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