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핵합의 막판 조율…국제유가 하락 이어지나

입력 2022-09-01 17:32   수정 2022-09-02 02:03

이란 핵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주요 쟁점을 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란은 핵합의를 깨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며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이란 핵합의에 반대하는 이스라엘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상한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합의 파기 보상 두고 이견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이란 핵협상 당사국들이 타결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이번 모멘텀을 놓치지 않고 수일 안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은 아직 제재 부활 방지 조항과 관련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시기인 2015년 서방 국가들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서명했다. 그러나 3년 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국 측의 보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등의 파기로 핵합의가 깨지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핵협상을 타결하려면 현재 서방 국가들의 제안보다 더 강한 제재 부활 방지 보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이란 때문에 미국의 손이 묶일 수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이란이 핵무기를 확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이란 핵협상 타결에 반대하는 이스라엘을 안심시키려는 발언이라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 사이에 서면 교환이 여러 차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핵협상 최종 타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G7,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 논의
미국은 러시아 고립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가 인도와 중국을 통해 유통되자 러시아산 원유를 일정 가격 이하로 사는 가격상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전화 브리핑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다음달 2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가격 상한제는 러시아가 원유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원유 가격을 떨어뜨리면 에너지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이날 워싱턴DC에서 나딤 자하위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 “가격상한제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침략 전쟁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줄일 수 있으며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일 G7 외교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적으로 합의한 가격 이하로 매입하지 않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운송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U는 오는 12월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나딤 재무장관은 “가장 포괄적인 지지를 확보했을 때 가격상한제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며 “더 많은 나라의 동참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프랑스와 독일에 천연가스 공급을 일시 중단한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공급 정상화 전제로 서방의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상대가 너무 많은 제재를 부과해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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