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직협은 지난 4월 통과된 ‘공무원직협법’ 개정안(10월 27일 시행)에 따라 전국 연합체를 설립하고, 대표를 선출할 수 있게 됐다. 현행법상 직협은 각 시·도 경찰서와 경찰청 단위에서만 조직을 꾸릴 수 있다.
전국 위원장을 선출하는 선거는 다음달 치러질 예정이다. 초대 위원장 선거는 단독 출마해 단위직협 대표 275인의 간접 선거로 치러진다. 일반 기업 노조와 비슷하게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총장 등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선출한다. 전국 경찰직협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직선제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과도한 계파 정치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의견이 수용돼 1인 단독 체제, 간접제 방식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는 결선투표를 배제한 다수득표제로 치러진다.
예비 후보자를 중심으로 소강상태로 접어든 경찰국 반대 투쟁의 동력이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국 신설이 지금까지 경찰 조직 내 가장 주목받는 이슈인 만큼 계파 간 투쟁 선명성 경쟁이 재연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 7월 경찰국 신설 반대 운동 당시에도 경찰직협 내 계파 간 경쟁으로 반대 운동이 과열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도권의 한 경찰직협 관계자는 “전국 경찰직협연대를 이끄는 민관기 충북 흥덕경찰서직협 위원장이 10여 일간 단식투쟁을 하자, 같은 기간 서강오 광주전남위원장이 3보1배 행진을 하는 등 각자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려는 미묘한 경쟁이 있었다”며 “전국 직협연합 위원장 선거를 염두에 둔 경쟁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국을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과 토론회를 열거나,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는 식이다. 민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주최한 ‘윤석열 정부 100일 권력·사법 및 노동·민생경제 정책 진단과 평가’ 토론회에 참석해 경찰국 반대 운동의 명분을 주장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 ‘국가경찰위원회 권한 강화 방안 모색’ 공청회에도 참석했다. 서 위원장은 너머서울 등 경찰국 설치를 반대한 시민단체들과 함께 ‘경찰국 설치 규탄, 경찰 중립성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차별화 노선을 걷는 움직임도 있다. 경찰국 설치 반대 과정에서 ‘전국 서장회의’ ‘14만 전국회의’ 등 직접 행동 노선에 거부감을 느낀 경찰관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후보 중 한 명인 이소진 경찰청 본청직협 위원장은 “과격한 움직임보단 경찰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며 “선거 과정에서 경찰국 반대 운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후보인 여익환 서울청직협 위원장(경찰민주연합회 회장)도 “집단행동 투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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