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회전》은 넷플릭스 드라마 ‘블라이 저택의 유령’, 영국 영화 ‘공포의 대저택’, 충격적 반전을 담은 ‘디 아더스’, 2020년 개봉한 미스터리 고딕 호러 ‘더 터닝’의 원작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공포영화가 《나사의 회전》에서 힌트를 얻었다.
소설 초입에서 더글러스라는 인물은 일행에게 어떤 여인이 죽기 전에 기록한 글을 갖고 있다며 ‘기괴하고 흉측스럽고, 공포와 고통을 주는 내용’이라고 소개한다. 헨리 제임스가 1898년 이 작품을 발표할 때의 창작 의도를 대변하는 말이다.
이 소설은 단순히 공포에 그치지 않고 ‘사실적인 서술에다 성격 묘사에 중점을 두고 인간 행동의 내면에 있는 심리적 동기를 심리학적 혹은 병리학적으로 해부하여 분석해 나가는 심리주의 문학의 모태’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조지프 콘래드, D H 로런스 같은 유명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의식의 흐름’ 기법을 개척한 작품이다.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 보면 스무 살 난 가정교사는 분명 두 명의 유령을 만난다. 시골 목사의 막내딸인 가정교사의 이름이 끝까지 나오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오래된 저택에는 열 살이 채 안 된 오빠 마일스와 여덟 살 난 여동생 플로라가 살고 있다. 요리사, 가정부, 우유 짜는 여자, 나이 든 마부, 정원사가 두 남매를 돌본다. 후견인인 삼촌은 도시에 살면서 변호사를 통해 고용인들의 월급을 지불할 뿐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높은 월급 때문에 근무를 결정한 가정교사는 넓고 깨끗하며 산뜻한 블라이의 저택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멀리서 아련히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았고, 다음 순간에는 문 앞에서 가벼운 발소리를 들은 듯 놀라기도 했다’라며 첫날부터 으스스한 기운을 느낀다.
가정부 그로스 부인으로부터 전임 가정교사 제셀 양이 죽었다는 사실과 마일스가 퇴학 처분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를 들은 가정교사의 마음은 어쩐지 편치 않다. 그럼에도 예쁘고 총명한 두 아이, 착실한 하인들, 아름답고 안락한 환경에 만족하며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각오를 단단히 한다. 그런데 낯선 남자가 탑 꼭대기에서, 유리창에 얼굴을 댄 채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자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로스 부인은 가정교사의 설명을 듣고 “집안에서 일하던 퀸트도 이미 죽었다”고 말한다. 얼마 안 가 가정교사는 유령이 된 전임 가정교사 제셀 양과도 마주친다.
시골 저택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스무 살 여성은 섬세한 눈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모호하면서도 신비롭고, 공포스러우면서도 가슴 아린 현장을 낱낱이 좇는다. 유령들과의 대결, 두 아이와의 팽팽한 긴장, 그로스 부인의 모호한 태도가 마구 교차하면서 엄청난 심리전과 복선이 심리소설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대표적인 유령소설이자 심리소설로 평가받는 《나사의 회전》은 다양한 상상을 불러오는 오묘한 스토리로 여전히 많은 작가와 독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유령은 실제로 존재할까. 아니면 가정교사의 환상에서 비롯된 것일까. 책을 펼치고 저택을 뒤덮은 으스스한 기운 속으로 들어가 나만의 해석과 새로운 추리를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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