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로봇이 삼겹살을 구워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네이버입니다. 지난 4월 경기 분당에 문을 연 네이버 신사옥 '1784' 직원 식당 메뉴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AI 셰프 로봇이 구워주는 진한 풍미의 그릴 요리'라는 설명도 달려있습니다. (SNS 인스타그램에 '네이버 1784'로 검색하시면 로봇이 구워준 고기의 실제 사진 등을 보실 수 있습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비욘드 허니컴'이 내놓은 메뉴입니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조직 'D2SF'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입니다. AI 로봇이 센서를 통해 인간 셰프의 요리법을 48시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고기를 굽는다고 합니다.
AI 로봇이 구운 고기 메뉴는 1784에 적용된 첨단기술 중 하나일 뿐입니다. 네이버는 신사옥 1784에 대해 "첨단 기술의 테스트베드"라고 소개합니다. 곳곳에 첨단 기술을 심었습니다.
최근 1784 2층에 방문했을 때 자율주행 배달로봇, 그림 그리는 로봇, 배달로봇을 관리하는 로봇 등으로 빽빽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로봇 '쿠키'는 네이버 임직원들이 주문한 커피나 도시락을 직접 갖다준다고 합니다. 테슬라가 카메라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시키듯, 쿠키도 카메라를 활용해 1784 곳곳을 기억하고 이를 토대로 움직인다고 하네요.
1784 2층엔 그림 그리는 로봇도 있습니다. 화가처럼 멋진 모습은 아니지만 볼거리는 됩니다. AI 로봇에 그림을 보여주면 로봇 팔이 이를 흉내내서 그리는 시스템입니다. ;
대면 공간 확보, 부동산 보유 등 전통적인 목적으로 사옥에 투자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서울 강남 빌딩업계의 '큰 손'으로 부상한 두나무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리츠를 통해 서울 서초동 에이플러스에셋타워 매입에 나섰습니다. 지난해엔 3000억원을 들여 서울 삼성동 토지와 건물 2개를 매입하기도했습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현재 들어가있는 서울 역삼동 사무실을 5300㎡(1600평) 확장했습니다.
이미 대규모 사옥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은 '거점오피스' 확장에 적극적입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 네번째 거점오피스를 마련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대구광역시에도 거점오피스를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CT 기업들의 사옥은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인력 확충 및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계속 늘고 있고, 모든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원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술 고도화에 따른 '연결'의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은 연결하고 합쳐져야한다"며 "공간, 기술, 사람, 로봇이 촘촘히 연결돼 융합돼있기 때문에 건물 자체가 '테스트베드'"라고 설명했습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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