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운송료가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 상반기에만 15조원 넘는 외화를 벌어들인 HMM을 비롯한 해운사 영업에 먹구름이 끼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일에 전주보다 306.64포인트 내린 2847.62를 기록했다. SCFI 통계를 작성한 2009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 지수가 3000선을 밑돈 것은 지난해 4월 23일(2979.76) 후 처음이다. 역대 최대치인 올해 1월 7일(5109.6)과 비교하면 44.26% 떨어졌다. 철광석 석탄을 나르는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도 지난달 31일에 52포인트 내린 965를 기록하며 2020년 6월 12일(923)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상운임 지표의 급락으로 HMM과 팬오션, 대한해운 등 국내 주요 해운 업체들의 외화 운송료 수입도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HMM은 올 상반기 매출 9조9527억원, 영업이익 6조856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86.6%, 152.7%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상장사 가운데 삼성전자(28조2185억원) SK하이닉스(7조522억원)와 SK(6조6311억원)에 이어 가장 컸다.
다른 해운사들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다.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은 올 상반기 매출 3조1631억원, 영업이익 407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각각 74.7%, 153.4%나 뛰었다. 장금상선 에스엠상선 대한해운 대한상선 등 다른 해운사들 사정도 이들과 비슷하다. 해운업계는 올 상반기 국내 해운사 영업이익이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해운운임 지표가 추락하는 만큼 해운업계의 '슈퍼 싸이클'이 끝났다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반도체와 더불어 ‘달러 안전판’ 역할을 했던 해운사가 휘청이면 외환시장과 경상수지 등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운송수지 흑자액은 106억3560만달러(14조4900억원)를 기록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로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247억8290만달러
)의 42.9%에 달했다. 운송수지(운송 수입에서 운송지출을 뺀 금액)는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항목으로 한국 항공사·해운사가 화물·인력을 운송하고 해외에서 받은 운송료 순수익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해운사가 경상수지 안전판 역할을 하면서 달러가치를 방어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비롯해 해운사 운임 지표가 추락하면서 하반기 운송수지가 크게 나빠지고 덩달아 외환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은 7원70전 오른 1362원60전에 마감해 2009년 4월 1일(1379원50전) 후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운사로 유입되는 달러가 줄면 환율이 1400원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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