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의 7대 新위기 증후군…윤석열 정부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입력 2022-09-04 17:25   수정 2022-09-05 00:51

조 바이든 정부가 집권 전반기도 채 끝나기 전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학계와 월가를 중심으로 종전과 다른 새로운 위기 증후군에 빠져들고 있어 벌써부터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첫째, 경기를 보는 시각이 이미 ‘마냐냐 위기(manana crisis)’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스페인어로 마냐냐란 ‘내일’이란 뜻이다. 미국 국민 가운데 70% 이상이 경기가 침체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경제 각료들은 ‘내일은 태양이 뜬다’는 식으로 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냐냐 위기론의 대표적인 예는 김영삼 정부 시절 외환위기를 초래한 강경식 경제팀의 ‘펀더멘털론’이다. 바이든 정부의 마냐냐 위기론은 경제위기가 아니라 경제 인식의 위기다. 경제 인식이 제대로 안 되면 정책은 실기하고 대증요법에 의존하게 돼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둘째, 바이든 정부가 경기가 괜찮다고 판단하는 유일한 근거인 고용시장도 ‘착한 정책의 역설(angel policy paradox)’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코브라 역설’이라고도 하는 착한 정책의 역설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시행한 중하위 계층 지원 정책이 오히려 이들 계층을 더 불리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올 들어 미국 경제는 두 분기 연속 역성장해 미국경제연구소(NBER) 판단 기준으로는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하지만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이 7개월 넘게 지속되는 ‘비정형화된 현상(job full recession)’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 지원금으로 중하위 계층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실업자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에 빠지고 있다는 것도 바이든 정부로서는 뼈아픈 지적이다. 미국 코넬대에서 가장 싫어하는 ‘뜨거운 물에 넣은 개구리는 살고, 천천히 온도를 올린 물에 넣은 개구리는 죽었다는 실험’에서 유래한 용어다.

각종 지표로 볼 때 미국 경제는 침체 기미가 뚜렷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경기예측기법으로 가장 신뢰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그 격차도 확대하는 추세다. 경기선행지수는 5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이 구조적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를 한 지도 오래됐다.

넷째, 다가오는 위기를 애써 외면하는 ‘무각통증(disregard)’이다. 바이든 정부는 경제가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의회는 공화당과 민주당 간 대립으로 각종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조 맨친 의원의 반란’처럼 비협조적이다.

다섯째, 대외정책과 관련해 ‘신너트크래커(neo nutcracker)’ 위기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도 주목된다. 너트크래커 위기는 1990년대 후반 저임의 중국과 첨단 기술의 일본에 낀 한국 경제를 지칭한다. 신너트크래커란 바이든 정부가 경제패권 다툼에서 중국에 쫓기고 전통적인 동맹국은 떨어져 나가 팍스아메리카 체제 복원이 어려워지는 것을 말한다.

여섯째, 바이든 대통령이 주력하고 있는 기후 변화 문제도 정작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다. ‘대(great)’가 붙어야 할 정도로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 기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부담해야 하지만 중국이 함께 부담해 주기를 원해 한 치 앞으로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일곱째, 궁극적으로 바이든 정부는 ‘핀볼 위기(pinball crisis)’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임스 버크의 명저에서 유래된 핀볼 위기는 서로 연결돼있는 볼링 핀에 비유해 위기 징후는 도미노처럼 연결돼 아무리 사소해 보이더라도 이를 무시하다 보면 이후에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7대 신위기 증후군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나라 안팎으로 엄습하는 각종 위기 징후를 보면 결코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프로보노퍼블리코 정신을 발휘해 지금의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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