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박스피’에 갇힌 모양새다. 미국 긴축 우려 확대 및 원·달러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변동성에 노출된 채 등락을 반복하면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적 투자처로 ‘배당투자’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은 물론 채권까지 월배당·월지급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일 KB자산운용은 2018년부터 운용 중인 ‘KBSTAR200 고배당커버드콜ATM ETF’를 월배당 상품으로 전환했다. 분배금 지급 방식을 기존 연 1회에서 월 지급으로 변경했다. 지난달 미래에셋운용도 기존에 운용 중인 ‘TIGER 미국다우존스30’ ‘TIGER 미국MSCI리츠’ ‘TIGER 200커버드콜5%OTM’ ‘TIGER 200커버드콜ATM’ 등 4개 상품을 월배당으로 변경했다. 이 운용사는 매달 배당금을 주는 타깃인컴펀드(TIF)인 ‘TIGER 글로벌멀티에셋TIF액티브’도 최근 출시했다. 약 한 달 사이 월배당형 ETF만 여섯 개가 생긴 셈이다.
월배당 ETF는 국내에선 비교적 생소한 상품이다. 지난 6월 신한자산운용이 ‘SOL 미국S&P500’을 국내 최초로 상장하면서 관련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배당 ETF는 편입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와 배당 등이 매달 나오는 게 특징이다. 매달 현금 창출이 가능해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한 은퇴자 또는 현금 비중을 늘려 증시에 유연하게 대처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SOL 미국S&P500’은 지난달 처음으로 월 배당금 지급을 시작해 두 차례 지급을 마쳤다. 지난 1일 기준 주당분배금은 13원, 주당분배율은 0.12%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매달 약 12만원씩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월배당을 시작하지 않은 ETF는 과거 배당수익률을 바탕으로 월 분배금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커버드콜 ETF는 일반 지수형 ETF보다 배당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커버드콜은 현물 주식과 함께 동일한 주식에 대한 콜옵션(사전 약속한 금액에 살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을 쓴다. 주식 배당과 콜옵션 프리미엄(옵션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받는 계약금) 수익도 함께 받을 수 있어 수익률이 높다.
미래에셋운용에 따르면 ‘TIGER200 커버드콜5%OTM’과 ‘TIGER200 커버드콜ATM’의 3년간 평균 배당수익률은 각각 연 8%, 연 4% 수준이다. ‘KBSTAR200 고배당커버드콜ATM’의 작년 배당수익률은 연간 3.03%로 나타났다.
ETN 중에서는 ‘삼성 KRX 리츠 TOP10 월배당 ETN’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유일한 월배당형 ETN으로 지난 7월 상장했다. 국내 상장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담는다. 10월 첫 배당을 시작하며 예상 배당수익률은 연 4~5%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만기 1~3년의 월이자 지급식 여전채를 1400억원어치 판매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발행한 채권으로 신용등급 AA등급의 선순위 채권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60대 이상 비중이 55%를 넘길 만큼 중장년층의 인기가 높았다”며 “현대캐피탈을 비롯한 다른 회사 채권들도 추가 확보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4일부터 △롯데캐피탈 △엠캐피탈 △오케이캐피탈 등의 월 지급식 여전채 800억원어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롯데캐피탈 채권의 발행이율은 연 4.713%, 엠캐피탈 채권의 발행이율은 연 5.105%다. 1억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세전 기준 매달 39만~42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KB증권과 키움증권도 월이자 채권 판매를 시작했다. KB증권은 연 4% 금리를 지급하는 하나은행 은행채 500억원어치가량을 이달 판매할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연 4.4%의 이자를 지급하는 메리츠캐피탈 여전채를 판매한다.
투자 전문가들은 월 지급형 상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ETF와 채권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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