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베트남 호찌민에 총사업비 9억달러(약 1조2267억원)를 투자해 대형 복합단지를 짓는다. 5만㎡ 부지에 지상 60층 규모의 쇼핑몰을 비롯해 아파트, 오피스, 호텔 등을 개발하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다. 롯데는 19개 계열사를 진출시켰을 정도로 베트남을 ‘황금밭’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베트남에 롯데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으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독립기념일인 지난 2일 열린 착공식에 참석한 신 회장은 “올해는 한·베 수교 30주년을 맞는 해”라며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하노이 신도시 상업지구인 떠이혹에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약 3300억원을 투자해 지상 23층 규모로 쇼핑몰을 비롯해 호텔, 서비스 레지던스, 오피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롯데의 공격적인 베트남 투자는 그동안 정체됐던 해외 매출을 끌어올릴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019년 9조342억원이었던 롯데그룹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8조2691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반강제적으로 철수하면서 수조원의 손실을 냈다”며 “베트남을 필두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그룹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그룹 매출은 약 75조원 규모다.
롯데는 베트남을 일종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선 규제 등으로 인해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사업을 실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만 해도 롯데렌터카를 중심으로 현지 스타트업 발굴 등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산업 등 또 다른 롯데의 미래 먹거리 역시 베트남 정부가 중점적으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분야다.
베트남과 함께 롯데가 공들이는 또 다른 동남아 전략지는 인도네시아다. 화학군을 중심으로 대규모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 회장은 베트남 방문 전인 지난달 29일 롯데의 해외 투자 중 최대 규모인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했다. 총 39억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롯데케미칼이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타이탄과 합작해 납사크래커(NCC)를 건설하고 기존 폴리에틸렌(PE) 공장과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는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 중이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NCC 시설이 될 전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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