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 상장된 한국 대중문화 ETF인 KPOP은 전통적인 자산운용사가 만든 상품이 아니다.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기반 사업체를 운영하는 콘텐츠테크놀로지스의 자회사인 CT인베스트먼트가 내놓은 것이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장원 콘텐츠테크놀로지스 대표(사진)는 “KPOP이란 종목명을 선점한 것으로 ‘게임 끝’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목표는 아시아 콘텐츠 ETF를 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뉴욕증권거래소에 티커를 신청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그는 “KPOP이라는 종목명이 남아있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행운이었다”고 했다. 메타버스 ETF만 보더라도 ‘META’란 종목명을 차지한 곳의 자산 규모가 수십 배 많을 만큼 선점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KPOP ETF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인터랙티브 미디어 기업 등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30개 기업에 분산 투자한다. 하이브 10.34%, CJ ENM 10.05%, JYP엔터테인먼트 9.84%, 네이버 9.73%, 카카오 9.57%를 보유하고 있다.
CT인베스트먼트는 약 2900억원 규모 국내 최대 음원 IP 자산(AUM)을 보유한 비욘드뮤직의 자매 기업이다. 콘텐츠테크놀로지스는 콘텐츠 IP를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컴퍼니 빌딩' 회사로, 비욘드뮤직매니지먼트와 CT인베스트먼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비욘드뮤직은 지난해부터 500억원 규모 음원 IP ‘메가딜’을 세 번 연속 주도했다. KNC뮤직, FNC인베스트먼트, 인터파크 음악사업부로부터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등 2만5000여 곡의 음원 저작인접권을 전량 사들였다. 지난해 멜론, 벅스 등 서비스에 제공한 노래로만 약 50억원의 저작권료 수익을 냈다. 보유 음원 수 기준으로 비욘드뮤직은 SM엔터테인먼트, CJ ENM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이다.
서울대 경영학부 12학번인 이 대표는 대학 2학년 때 서울대 맛집 배달앱인 ‘샤달’을 창업했다. 군 제대 후엔 음악 악보 거래 플랫폼 ‘마피아(마음만은 피아니스트)컴퍼니’를 공동창업한 연쇄 창업가다. 마피아컴퍼니를 7년여간 운영하면서 콘텐츠 저작권 사업에 눈을 뜨며 콘텐츠테크놀로지스를 창업하게 됐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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