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한파를 겪고 있다. 거래량 급감 속에 전국적으로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전국 집값은 최근 10년 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5% 떨어졌다. 이는 2012년 7월 9일(-0.16%) 후 10년2개월여 만의 최대 낙폭이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부동산 시장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20·30대 젊은 층의 ‘패닉바잉(공황 구매)’이 집중됐던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 내림세가 두드러진다. 인천은 전주 -0.26%에서 -0.29%로, 경기는 -0.20%에서 -0.21%로 내림폭이 확대됐다.
신고가 대비 수억원씩 내린 ‘급매’ ‘급급매’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인기 주거지인 서울 강남권 역시 마찬가지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34㎡는 지난 2일 42억3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3개월 전 세운 신고가 49억4000만원보다 7억원가량 낮은 가격이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도 지난 7월 22억5000만원에 팔려 신고가(27억원, 작년 10월)보다 4억5000만원이나 내렸다.
수도권광역철도(GTX) 개발 호재 급등지에서는 공사 지연에 따른 실망 심리로 ‘반값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는 지난달 6억5000만원에 거래돼 6개월 전 세운 신고가(12억4500만원) 대비 반 토막 났다. 경기 안양 평촌동 푸른마을인덕원대우 전용 84㎡는 7월 7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경신한 신고가(12억4000만원)에서 5억원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다.
집값이 내려도 매수자는 붙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40건으로, 2006년 1월 통계 작성 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8월 아파트 거래량도 이날 기준(계약 후 30일 이내 신고) 372건에 불과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획기적인 정책 변화가 없으면 거래량 감소로 중개업, 건축업 등 전후방 산업의 연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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