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국회의장단 초청 만찬 때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한다. 김 의장이 오는 10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열리는 IPU 국제의원연맹 총회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외교 활동을 하겠다고 말하자 대통령 전용기를 권했다는 것이다. 르완다 같은 국가를 오갈 때 전용기와 민항기의 차이는 작지 않다. 한국에서 르완다까지는 직항 노선이 없다. 편도로만 최소 20시간 이상 걸리는 고된 여정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일정 등으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누구든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대통령 전용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와 같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내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실용적 외교 철학을 갖고 있다”며 “국회의장뿐 아니라 총리, 장관, 대통령실 참모들에게도 필요하면 대통령 전용기를 활용하라는 얘기를 종종 한다”고 전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해외 순방을 갈 때 대통령 전용기를 몇 차례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장단 만찬 당시 “엑스포 유치는 윤석열 정부의 실적이 아니라 초당적인 성취가 됐으면 좋겠다”며 “야당도 회원국들에 대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김 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과 기업인들을 모시고 엑스포 유치 회의를 열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대통령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김 의장이 실제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현직 국회의장이 대통령 전용기를 활용한 전례가 없어서다.
국회의장 측 관계자는 “전용기 사용을 권했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지만 아직 의장실 차원에서 구체적인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며 “총리가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국회의장이 이용한 전례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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