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지난해 말 7만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약 2만달러로 떨어졌다. 4800달러를 웃돌았던 이더리움은 현재 1600달러를 밑돈다. 바이낸스코인(BNB) 리플(XRP) 솔라나 카르다노 도지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요동쳤다.
이런 상황에서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테릭 부테린이 "앞으로 20년간 암호화폐의 폭락은 잦아들 것"이라고 언급해 주목받고 있다.
5일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부테린은 최근 경제 전문 작가인 노아 스미스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가 금융권의 리눅스로 자리매김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며 이같이 전망했다. 리눅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와 대적하는 공개 운영체제(OS)다.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는 오픈 소스(프로그램 설계도)로 다른 OS보다 설치 비용이 저렴하면서 처리 속도가 훨씬 빠르다. 사용자가 맞춤형으로 개발해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암호화폐가 금융권의 리눅스로 자리매김한다면"이라는 부테린의 언급은 "암호화폐가 리눅스처럼 금융권의 혁신을 일으키고 활용도가 높아지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부테린은 스미스에게 "암호화폐 붕괴가 예상보다 늦게 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지난해 11월 이후 2조달러 안팎이 증발했다. 미 Fed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긴축 속도를 높인 결과다. 그는 "통상적으로 암호화폐 버블은 직전 최고점을 넘어선 후 약 6~9개월 동안 지속된다"며 "이후 하락 현상이 매우 빠르게 벌어지는데 이번에는 강세장이 거의 1년 반 가까이 지속됐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의 암호화폐 강세장이 끝나고 하락할 줄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몰랐다"고 덧붙였다.
부테린은 "앞으로 최소 몇 주 또는 몇 달간은 암호화폐 가격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변동성을 보이더라도 금이나 주식 시장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또 "중요한 건 가격이 어느 수준에서 안정될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부테린은 비트코인이 지난 10년간 반복적으로 겪었던 가격 붕괴 현상을 지적하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기타 암호화폐에 제기됐던 실존적 문제들이 점점 안정화될 것"이라고 했다.
부테린은 "적어도 2040년 암호화폐가 일부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다면 안전자산인 금을 대체하고 금융 리눅스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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