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침에 고분고분한 중국인 사이에서도 ‘이건 좀 심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이름 정도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규제가 왜 필요한가” 등의 글이 ‘좋아요’ 수만 개씩을 받고 있다.
개혁개방시대 중국 교육의 중심을 차지했던 영어는 점점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교과 과정에서 외국산 교재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식 관점을 담은 교재로만 가르치라는 얘기다. 상하이 등 일부 지역에선 초등 영어 시험도 없앴다.
과도한 영어 교육이 학생과 학부모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 ‘반세계화’의 단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의 외동딸이 하버드대 유학생 출신이라는 것에 비춰보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외교가에서도 중국이 문을 닫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외교관은 “정부 기구 연구원들에게 학술 교류를 요청하면 코로나19를 이유로 대부분 거절당한다”고 전했다.
반세계화의 흐름은 시 주석이 경제 아젠다로 ‘공동부유(같이 잘살자)’를 내세운 것과 닮은 부분이 있다. 중국이 덩샤오핑의 ‘선부론(먼저 부자가 될 사람은 돼라)’과 맞물린 개혁개방에서 마오쩌둥의 ‘공부론’과 쇄국정책으로 회귀한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중국역사연구원은 폐관쇄국 덕분에 중국이 서구 제국에 대항해 영토와 문화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또 “국경을 어떻게, 얼마나 개방할 것인지는 국가 주권의 문제”라고도 주장했다. 신(新)쇄국정책의 이론적 배경까지 등장한 것이다. 중국은 2013년부터 해외 인터넷 교류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만리방화벽’을 가동하고 있다. 외국의 콘텐츠는 철저한 검열을 거쳐 배포한다. 이런 조치는 중국의 문화산업을 점점 퇴보시키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해외 문물의 유입뿐 아니라 자국민의 출국까지 제한하고 나섰다. 중병 치료 및 간호, 원자재 확보 등 당국이 인정한 사유만 출국 허가를 내주고 있다. ‘북한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는 판이다.
가뜩이나 고전 중인 중국 경제는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라는 구조적 위기까지 심화하고 있다. 신쇄국정책이 중국을 어떤 방향으로 인도할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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