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인구감소로 복합위기…의료·교육·국방·도시정책 모두 바꿔야"

입력 2022-09-05 17:37   수정 2022-09-06 01:16


“인구 감소로 한국은 전례 없는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 대책은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을 내놓는 데 그쳐선 안 되며 각종 사회문제, 질병 문제, 교육, 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대안을 내놓은 방식이 돼야 한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구전략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은 한결같이 이처럼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와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에서 인구와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과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백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정준오 국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발표자로 나섰다.
“인구문제 단순하지 않다”
이 위원은 “한국은 최근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젊은 국가였지만 2045년 이후에는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된다”며 “지금 적응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는 더 어두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저출산과 현세대 노인 복지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인구 정책은 미래를 대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또 그간의 인구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로 “출산 비용을 낮춰주는 차원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구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여기면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고령화로 인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봤다. 간병인력 부족, 감염성 질환 증가, 농지의 황폐화, 인터넷 쇼핑 운송비 증가 등이 산업별로 나타날 것이란 예측이다.

이 위원은 “고령화로 인한 영향이 불균등하게 발생하면서 사회 불평등과 세대 간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새로 만들 인구정책기본법에 이 같은 측면이 복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인구정책이 출산 무렵의 생애초기 대책에만 집중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 부부만 살거나 노년의 부모와 중년의 미혼 자녀가 사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보육과 돌봄 중심의 정책이 부모의 부담 완화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저출산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고 가족 친화적 문화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노년기 부부가구를 위한 서비스를 확충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 구성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역병 10만 명 부족
인구문제가 국방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젊은 층이 감소하면서 현역병이 크게 줄어 국방력에 위협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방 문제를 연구하는 정 연구원은 2040년 현역병 규모가 10만8400여 명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상비병력을 40만 명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현역병 규모가 21만 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10만 명가량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전쟁을 대비한 한국군 필요 병력 규모에 미달하는 수치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지난해 미래 전쟁 시나리오별 필요 상비병력 규모를 추산한 결과 2040년 이후 북한군이 단독으로 전쟁을 일으킬 경우 한국군 38만6000~46만8000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군이 개입하거나 핵전쟁이 벌어질 경우엔 최대 73만 명이 있어야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백 교수는 “주택과 도시개발 과정에서도 인구 감소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지방의 신시가지 개발은 원도심의 몰락을 가져올 뿐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그는 “과도한 인구 목표를 설정해 도시 개발을 추진하면 잉여 인프라가 많아져 비효율이 나타난다”며 “축소 사회에 대비한 적정 규모 예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국토교통부 중심 개발 방식을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 상급 기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여러 정책을 폈지만 출산율이 0.81명까지 떨어졌다”며 “단순히 저출산 극복이 아니라 교육, 국방, 지방 등을 아우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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