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 및 매각 규모는 2009년 금융위기와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계기로 증가했으나 2016년 이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부실채권 시장에서 중소 투자자가 사업을 철수하고 부실채권 전문 투자회사 중심으로 과점 체계가 형성됐으나, 2020년 하반기부터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과 함께 기존 업체의 사업 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표면적으로는 금융회사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결과지만, 실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리 인하 등 위기 대응 조치의 영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문제, 원자재 상승, 환율 및 자산 가격 변동성 확대 등으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 기조에 따라 한계기업과 취약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상환 능력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2021년 말 960조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40.3% 증가했다. 전체 가계 대출의 5% 수준인 취약 차주 대출도 금리 상승기를 맞아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사에서는 손실 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으나, 올해 9월 이후 코로나19 금융지원 및 완화 조치가 종료되면 그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잠재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사의 대손비용 증가나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경우 부실자산을 정리·매각하면서 현재보다 부실채권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사업성 확보를 위한 매입률과 회수율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 물량이 감소하면서 부실채권 투자자 간 부실채권 매입 경쟁이 높아지고 있다. 2022년 상반기에는 매입률(미상환원금 잔액 대비 매입가율)이 100%를 초과하는 경쟁입찰도 나왔다. 부실채권 매입률 상승은 투자기업에 수익성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적정 밸류에이션 산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NPL 담보 가치 및 채권 회수 기간과 회수율 등이 부동산 경기 등에 밀접하게 연관되는 만큼 국내 부동산 경기가 조정되는 시점에서 자본관리 능력, 회수율 저하 가능성과 같은 부담 요인에 대한 분석과 선제 대응에도 힘써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2배를 웃도는 민간 부채 수준에서 글로벌 금리 인상 본격화로 각 경제주체의 채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채무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부실채권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대내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 부실채권 시장의 기능과 역할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위기와 기회를 살펴보고 선제적인 전략을 정비할 시점이다.
김정환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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