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는 1995년 수교했으니 올해가 수교 27년째다.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최근 들어 양국 경제협력의 산물들이 여럿 나타나고 있다. 올 1월 카이로에서의 양국 정상회담을 필두로 K9 자주포 수출 및 현지 생산, 국내 기업의 카이로 지하철 전동차 공급과 함께 최근 이뤄진 현지 원전 사업 진출 계약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류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한국문화원에서 실시하는 한국어 강좌는 신청자가 많아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K팝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도 인기다. 지난달 초 우리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가 외국 공군 중 처음으로 피라미드 상공에서 펼친 에어쇼도 빠질 수가 없다. T-50의 우수성을 현지인들에게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때의 감동이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현지에선 양국의 협력이 정치, 경제 분야를 넘어 문화, 방위산업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기업이 이집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제조업과 인프라, 환경 산업 등 세 가지 분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제발전을 꾀하고 있는 이집트 정부의 정책 목표 중 하나가 제조업 육성이다. 전국 각지에 공단을 조성해 기업을 유치하고 있으며, 제조를 위한 각종 원자재나 기계 등에는 관세 등에서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이집트는 유럽·아프리카·아시아 3개 대륙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1억이 넘는 인구와 한반도의 4배에 달하는 광대한 국토 면적,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등 높은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유럽연합(EU), 터키 등과도 FTA를 맺고 있어 인근 시장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서도 이집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이집트의 인프라 프로젝트 시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집트는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고 있는 등 국토 개발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로, 철도, 항만 등 여러 분야에서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프로젝트는 처음 진출이 매우 중요하다.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레퍼런스가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프로젝트를 쉽게 수주할 수 있다.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건설 중장비, 기자재 등도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환경 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오는 11월에는 시나이반도 남단에 있는 샤름엘셰이크에서 제27차 당사국총회(COP27)가 개최될 예정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시점이다. 수처리 시설, 해수 담수화, 폐기물 처리, CNG(압축천연가스) 충전소,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최근 이집트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외환 수급, 인플레이션 등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때문에 이집트를 우리의 유망시장에서 배제할 이유는 없다. 앞으로 더 많은 국내 기업이 이집트에 진출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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