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청약시장이 얼어붙었다. 서울은 물론 경기, 인천 등에서 분양한 단지들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일제히 ‘한 자릿수’로 급락했다.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집값이 조정받고 있고 대출 규제가 더 강화한데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는 등 예비 청약자들이 청약을 넣을 유인이 떨어지면서다.
7일 한경닷컴이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요청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7월~전날) 기준 수도권에서 모집한 5900가구의 1순위 청약에 1만2685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2.2대 1을 기록했다.
집값 상승세 막바지였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경쟁률은 그야말로 바닥을 터치했다.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청약 평균 경쟁률은 30.9대 1(2만4141가구 모집에 74만5857명)로 올 하반기와 비교하면 14배 더 높은 수준이다.
서울이 지난해 하반기 228.0대 1(652가구 모집에 14만8648명)에서 올 하반기 2.5대 1(186가구 모집에 464가구) 91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고 △경기도는 같은 기간 26.2대 1(1만7468가구 모집에 45만7912명)에서 1.9대 1(4519가구 모집에 8428명)로 13분의 1 △인천은 23.1대 1(6021가구 모집에 13만9297명)에서 3.2대 1(1195가구 모집에 3793명)로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청약 경쟁률이 하락하다 보니 당첨 가점도 속절없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에서 있었던 일반 분양 물량 2만4141가구 가운데 평균 당첨 가점이 가장 낮은 곳은 경기도 안성시 아양동에 들어서는 ‘안성아양 흥화하브’에서 기록한 19.91점이었는데 올해 하반기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들어서는 ‘송도 하늘채 아이비원’이 11.67점을 기록해 10점 가까이 내렸다.
평균 당첨 가점 최고치도 마찬가지로 하락했다. 작년 하반기 평균 당첨 가점이 가장 높았던 곳은 서울시 강동구 강일동에 지어지는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에서 기록한 74.42점이었는데, 올해 하반기엔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에 들어서는 ‘의정부역 브라운스톤 리버뷰’에서 기록한 63점이 가장 높았다. 당첨 가점 평균이 낮아졌단 것은 이보다 더 낮은 가점을 가진 청약자도 당첨된 경우가 있단 뜻으로 그만큼 경쟁이 느슨해졌다는 의미다.
청약 시장이 급랭한 이유는 집값이 조정받으면서 청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출 규제가 강화됐고, 기준금리 상승으로 이자마저 불어나면서 예비 청약자들이 선뜻 청약에 나설 수 없는 환경이 조성돼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내놨다 하면 불티나게 팔렸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분양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선 청약에 당첨돼 집을 마련하느니 가격이 낮은 곳을 잡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당분간 부진한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분양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분양가격 전망과 분양물량 전망은 지난 6월 이후 지난달까지 3개월 동안 연속 하락했다. 수년간 아파트값 급등으로 경계 심리가 커졌고, 급격하게 이뤄지는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분양시장 침체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전체 가입자 수는 2701만9253명이다. 전달(2703만1911명) 대비 1만2658명 감소했다. 2009년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출시된 이후 전국 단위로 월별 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역 가입자 수는 지난 5월 625만5424명, 6월 625만1306명, 7월 624만4035명으로 2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감소 폭도 4118명, 7271명으로 확대됐다. 인천·경기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도 881만6737명으로, 전달인 6월(882만374명) 대비 3637명 줄어들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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