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본심에 올라온 두 작품의 원고를 집에서 받아본 어린이 심사위원들은 <그리고 펌킨맨이 나타났다>의 손을 들어줬다. 군산 미장초등학교 6학년인 박권웅 군은 “VR기기와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면 재밌겠다 싶다가도, 이러다 기술에 지배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하며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다 보니 더 몰입해서 읽었다”고 심사평을 달았다.
책은 초등학교 5학년생 ‘예지’가 주인공이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아빠와의 어색함, 말 걸어주는 친구 하나 없는 교실에서의 외로움, 자신을 실망스러워하는 엄마가 주는 부담감에 힘들어하는 예지는 틈날 때마다 VR 헬멧을 쓰고 도망치듯 세계 최대 가상현실 플랫폼 ‘파이키키’로 떠난다.
그곳에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캐릭터 ‘루나’가 돼 일상에서 받은 상처와 외로움, 절망감을 훌훌 털어낸다. 그러던 어느날 파이키키에서 의문의 인물인 ‘헬멧 보이’를 만난다. 자신에게 기대를 걸어주고, 인정해주는 헬멧 보이를 따라 가상현실 도시를 짓는데, 사실은 감옥이었고, 헬멧 보이는 악당이었음이 드러난다. “어차피 바깥 세계는 실망스럽잖아”라며 손을 내미는 헬멧 보이를 뿌리치고 예지는 맞서 싸울 용기를 내본다.
책을 쓴 유소정 작가(사진)는 “디지털 세계에서 꼭 지켜내야 할 게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를 벗어나는 13가지 방법>(비룡소)이 2018년 ‘제1회 이 동화가 재밌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동화 작가로 등단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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