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금융권 인사 기조를 보여줄 ‘시금석’으로 관심을 모았던 여신협회장에 관료 출신 인사가 낙점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주요 금융회사 인사에 다시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는 6일 2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13대 회장 단독 후보로 정 전 사장을 추천했다고 발표했다. 15개 카드·캐피털사 대표로 이뤄진 회추위는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으로 뽑힌 정 전 사장과 남병호 전 KT캐피탈 대표, 박지우 전 KB캐피탈 대표 등 3명을 면접한 뒤 투표를 거쳐 정 전 사장을 단독 후보로 낙점했다. 정 전 사장은 다음달 초 열릴 회원사 총회 의결을 거쳐 회장 선임이 확정된다. 임기는 3년이다.
정 전 사장은 회추위 결과 발표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신전문금융업계는 빅테크와의 경쟁 격화, 조달금리 상승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새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필요한 사항은 금융당국과 잘 협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963년생인 정 전 사장은 전남대 사범대 부설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금융위원회 중소서민금융과장과 자본시장과장,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금융위 재직 시절 여전업 담당 부서인 중소서민금융 국·과장을 맡으며 업계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지냈다.
회추위는 정 전 사장의 풍부한 공직 경험과 뛰어난 소통 능력을 높게 샀다는 후문이다. 한 회추위원은 “금융업의 특성상 규제산업의 성격이 짙은 데다 여전업계는 갈수록 규제 환경이 상당히 불리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금융당국 사이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최근 주요 협회·기관장에 퇴직 관료나 정치인이 임명되는 일이 잇따르면서 ‘금융권 인사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윤석열 정부 들어 뒤집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는 정통 관료 출신인 최원목 전 기획재정부 기조실장이 내부 출신 후보를 누르고 선임됐고, 지난 5일 결정된 신용정보협회장에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던 나성린 전 새누리당 의원이 선출됐다.
금융권 안팎에선 반년째 기관장 인선이 미뤄진 보험연구원·보험개발원은 물론 올해 말부터 줄줄이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를 앞둔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등의 인사에도 금융당국과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는 정도가 비교적 심했던 과거 이명박 정부 때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