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한국…"노인기준 10년마다 한 살씩 올려야"

입력 2022-09-06 18:30   수정 2022-09-07 01:46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인 한국의 고령화에 맞춰 노인 연령 기준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현행 65세에서 10년마다 1세씩 늘려 국민연금·기초연금 지출과 각종 복지 부담을 줄이자는 제언이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일 발간한 ‘KDI FOCUS: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보고서에서 “노인 연령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면 2054년 이후 한국의 노인부양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진다”며 “인구 부양 부담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부터 10년에 1세 정도씩 노인 연령을 지속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19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하면서 65세를 노인 연령으로 정한 뒤 이를 4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49개 주요 복지 사업 가운데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24개 사업이 수급 연령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수급 개시 연령이 62세인 국민연금도 2033년까지 개시 연령이 65세로 점진적으로 상향된다. 지하철 무임승차나 노인 일자리 등 주요 노인 복지 제도의 기준도 65세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5년부터 10년 단위로 노인 연령이 1세씩 상향돼 2100년 73세가 되면 노인부양비는 60% 수준이 된다. 현행 65세로 유지하는 경우(96%)와 비교해 36%포인트 낮아진다. 노인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만 15~64세) 100명당 65세 이상 노령 인구 수를 뜻한다.
KDI "노인연령 65세로 유지 땐 부양비, 2054년에 OECD 최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노인연령 상향 조정이란 아젠다를 꺼내 든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가 맞물리며 한국의 인구 구조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서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부양비는 2022년 24.6명에서 2070년 100.6명으로 증가한다. 지금은 생산연령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50년쯤 뒤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건강 상태 개선과 의학 기술 발전으로 기대수명에서 은퇴 시기나 연금·복지 수급 개시 시기를 뺀 기대여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KDI에 따르면 1960년 기준 공무원연금 수급개시연령인 60세의 기대여명은 14.6년이었으나 올해 기준 수급개시연령인 61세의 기대여명은 21.4년으로 6.8년 증가했다. 국민연금 역시 1988년 도입 당시 수급개시연령 60세 기준 기대여명이 18년이었으나 올해 기준(62세)으론 24년으로 6년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83.5세였던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70년 91.2세로 증가한다.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 노인연령이 그대로 유지되면 노인복지 수급 기간은 길어지고 노동력 손실로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란 게 KDI의 지적이다.

이에 KDI는 기대여명을 15~20년으로 유지하는 수준에서 노인연령을 설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KDI가 노인연령 기준 변화에 대한 국제적 연구 동향을 종합한 결과 기대여명이 15년이 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노인을 정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았다. 유엔 ‘2022년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한국은 이 시점이 2022년에 73세가 됐다. 기대여명 15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노인연령을 높이면 2100년 노인연령은 80세 정도가 된다.

KDI는 다만 노인연령 상향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태석 KDI 연구위원은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폭과 시기는 고령 취약계층의 건강상태 개선 속도를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며 “노인연령 상향은 생산연령인구 상한을 조정하는 것이니만큼 고령 노동자의 특성을 감안한 고용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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