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재 실효성 있나…EU·美, 러시아산 금속 수입 되레 늘었다

입력 2022-09-07 14:42   수정 2022-10-07 00:01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국가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러시아산 알루미늄·니켈 등 산업용 금속 수입을 이전보다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경제를 약화하는 서방국가의 제재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유엔 국제무역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EU와 미국이 올해 3~6월 러시아산 알루미늄과 니켈 수입을 지난해보다 더 늘렸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EU와 미국이 사들인 알루미늄과 니켈은 금액 기준으로는 19억 8000만달러(약 2조 7314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증가한 수치다.

EU는 알루미늄 수입량을 크게 늘렸다. 올해 3~6월 월평균 수입량은 7만 8207?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다. 유럽 최대 항구인 로테르담항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6월 물동량은 전년 대비 0.8% 줄었지만, 크기와 무게 때문에 컨테이너에 실리지 않는 대형 중량 화물(브레이크 벌크)은 17% 증대됐다. 주로 철강 제품 등이 브레이크 벌크로 운송된다.

올해 3~6월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알루미늄은 월평균 2만 3049t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미국이 러시아 자원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8년 러시아산 알루미늄에 제재를 가했지만 건설 자동차 전력발전 등 산업 전반에 혼란이 일어 이듬해 철회했다.

영국 투자은행 리버럼의 톰 프라이스 상품전략 책임자는 “미국은 가능한 많은 알루미늄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은) 중국에서 금속을 수입하는 걸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러시아의 광물업체 루살 알루미늄이 중요하며 이 때문에 무역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살은 러시아의 알루미늄 생산업체로 세계 생산량의 6%를 담당한다.

니켈 역시 미국이 러시아에 의존하는 주요 금속 중 하나다. 러시아의 니켈 생산량도 세계 생산량의 10%에 달한다. 러시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노르니켈의 1등급 니켈 시장점유율이 15%에 육박한다. 1등급 니켈은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고순도 니켈을 뜻한다.

미국은 올해 3~6월 러시아산 니켈을 2395t 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07t을 수입한 것에 비해 70% 폭증한 규모다. EU의 러시아산 니켈 의존 현상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러시아로부터 니켈을 2만 3995t가량 수입했다. 지난해 3~6월(1만 9727t)에 비해 21% 늘었다.

러시아를 봉쇄하려는 서방국가의 제재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러시아 경제를 붕괴시키려 갖은 제재를 펼쳤지만 정작 러시아는 금속 수출을 통해 제재의 효과를 상쇄했다는 지적이다.

EU와 미국은 산업용 금속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미국은) 제재를 예고하지 않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의 부조리한 전쟁을 일조하는 방안은 그 어떤 것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에서 엇박자를 내는 동안 러시아 국영 에너지업체 가스프롬은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과 가스 거래 대금을 달러에서 루블·위안화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가스프롬은 달러를 대체하는 시기와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는 이 같은 조치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쳐 달러와 유로화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자국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 국가에 대해 루블화 결제를 요구했고 여기에 응하지 않은 국가에는 가스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가스프롬과 CNPC는 2014년 매년 380억㎥ 규모의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중국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4000억달러(약 475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계약 직후 시베리아 차안다 가스전과 중국을 잇는 2000㎞ 길이의 ‘시베리아의 힘’을 구축해 2019년 말부터 가스공급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에는 중국과 375억 달러(약 51조원) 규모의 가스 공급 연장 계약에 서명하기도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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