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업 초격차 달성을 위한 전초기지를 조성하겠다.”
삼성전자가 2014년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평택캠퍼스 시설 투자를 결정하면서 밝힌 목표다. 삼성전자는 7일 평택캠퍼스 3라인 가동을 기점으로 ‘차세대 반도체 전초기지’ 성과가 본격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 반도체 개발·제조 역량만 있으면, 업황이 나빠져도 살아남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이날 3라인보다 5년 먼저 가동한 평택 1라인 내부를 처음 공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1라인을 둘러본 뒤 “세계 최첨단 반도체칩이 생산되는 것을 봤다”고 했다. 낸드플래시, D램을 생산하는 1라인에선 웨이퍼를 담은 자동운반장비(OHT)가 머리 위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1분에 300m가 기본 속도. 조깅하며 뛰는 속도보다 빠른 수준이다. 재료 투입부터 세척, 증착 등 모든 공정이 ‘100% 자동화’였다. “평택캠퍼스는 첨단 제조 역량을 한 데 모은 곳”이라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평택캠퍼스 곳곳에는 텅 빈 부지 위에 언제든 생산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기초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현재 가동 중인 3개 라인 외에도 대형 반도체 생산시설 3개를 추가로 지을만한 부지가 마련돼 있었다. 평택캠퍼스의 총 면적은 289만㎡에 이른다. 기흥캠퍼스(145만㎡)와 화성캠퍼스(158만㎡)를 합친 수준과 맞먹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택 4라인의 구체적인 착공 시기와 생산 제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버튼만 누르면’ 곧장 진행될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시설 확장이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올해 하반기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업황이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며 “당장 사업은 어렵지만 꾸준히 투자하며 호황기를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 투자 측면에서도 공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경 사장은 “기술이 한 세대 이상 확실히 앞서 있으면 기본 가격을 10% 이상 높게 받을 수 있다”며 “경쟁사와 가격 차이를 20%이상 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가 5년, 10년 전에 비해 기술 격차를 좁혀온 게 사실”이라며 “격차를 벌리기 위해 연구개발(R&D), 신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목표로 제시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 가능성에 대해선 “쉽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경 사장은 진단했다. 경 사장은 “매출 1등이 아닌 질적인 1등을 달성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M&A도 검토할 수 있다”며 “어디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우선 순위를 정해 M&A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경 사장은 “평택캠퍼스는 첨단 반도체 복합단지로 성장하고 있다”며 “업계 최선단의 14나노 D램과 초고용량 V낸드, 5나노 이하 첨단 시스템반도체가 모두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부지를 조성한 2015년부터 2030년까지 평택캠퍼스에서 창출될 생산 유발 효과를 550조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이 기간 고용 유발 효과는 130만 명 이상으로 예상했다. 현재 평택캠퍼스에는 임직원 1만 여 명, 협력사와 건설사 직원 6만 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평택=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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