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인택시 운전자 네 명 중 세 명은 60대 이상입니다. 심야 운전을 꺼릴 수밖에 없죠.”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택시산업은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더욱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심야 ‘택시 대란’은 한국의 고령화 추세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서울시 법인·개인 택시 운전자 가운데 60세 이상은 전체의 69.5%에 달했다. 이 중 70세 이상 운전자 비율은 18.6%였다.
반면 20~30대 운전자는 0.5%에 그쳤다. 20~40대로 범위를 넓혀도 5.2%에 불과하다. 고령화 추세는 최근 더 심각해졌다. 4년 전인 2016년 60대 이상 운전자 비율은 53.3%였다. 2020년보다 16.2%포인트 낮다.
전체 택시 운전사의 절반 이상(51.2%)을 차지하는 개인택시 운전자의 고령화 추세는 더 심각하다. 우선 전체 운전자 중 60세 이상이 76.4%다. 퇴직금 등으로 고가의 면허(8000만원 내외)를 산 뒤 50~60대에 택시 시장에 뒤늦게 진입하는 사례가 많다는 분석이다.
고령 운전자 비율이 높다 보니 심야 택시 운행 비율은 확연히 떨어진다. 개인택시 운행률은 택시 수요가 많은 오후 10시~오전 4시 사이 평균 33.0%에 그친다. 평균적으로 세 대 중 한 대만 운행된다는 얘기다. 같은 시간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법인택시 운행률은 56.0%로 개인택시보다 23.0%포인트 높다. 또 고령자가 많은 개인택시 운전자는 오전 9시 이후부터 운행률이 늘다가 오후 8시에 급격히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 직장인과 같은 출퇴근 패턴을 나타내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 직장인들이 필요할 때 택시를 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라며 “큰돈을 버는 것보다 건강을 우선 생각하는 고령 운전자의 성향이 보인다”고 했다.
법인택시의 전액(월급)관리제 도입도 택시산업의 고령화를 부추겼다. 정부는 택시기사가 하루 벌어들인 모든 돈을 회사에 입금하고, 실적과 무관하게 정해진 급여를 받도록 규정하는 전액관리제를 2020년 1월 시행했다. 사실상의 월급제로 불린다. 일을 더 하더라도 큰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 층이 업계를 떠났다는 지적이다. 법인택시가 월 5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경우 운전기사가 손에 쥐는 수익은 255만원 수준이다.
과거 사납금제에선 같은 매출을 올리면 295만원 정도를 벌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40대는 택시업계를 떠나 몸은 고되지만 시급이 높은 택배·배달 등의 일자리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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