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기류는 이와 반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과 관계자 사이에서 “야당이 된 입장은 다르다. 굳이 빨리 입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냐”는 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 완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마당에 야당이 굳이 총대를 멜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당초 발의하려던 법안은 비대면 진료의 허용 환자 범위를 ‘초진·경증 환자’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혜영·강병원 의원안보다 전향적이다. 또 두 법안이 격오지 거주자, 만성질환자 등으로 허용 환자를 제한한 것과 달리 전 의원안은 사실상 의사가 판단해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폭 허용하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법안이 코로나19 이전 시범사업 수준에 그친 것이라면, 전 의원안은 ‘네거티브 규제’에 가까운 친시장적 법안이라는 게 관련 업계 평가다.
전 의원은 법안을 준비할 때만 해도 ‘의료계 반발이 예상되지만 감수하고 가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법안에 공동발의 도장을 찍겠다는 의원이 없자 사실상 발의를 철회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전 의원은 한국경제신문에 “제도가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법안을 본 의원들이 ‘너무 세다’는 반응을 보여 공개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당에서 정리한 입장과 다르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복지위 관계자에 따르면 당론은 아니지만 ‘초진 환자 허용 불가’ ‘의원급 기관에 한해 허용’ 등으로 대략적인 방침을 정했다는 설명이다. 전 의원은 “어차피 (반대하는 쪽에서) 발의도 못 하게 막을 것”이라며 “괜히 기존 법안에도 역풍이 불까 우려된다”고 했다.
신현영 의원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많은 국민에게 도움이 됐다”며 “젊은 기업을 죽이면 안 된다”고 옹호했다. 하지만 지난 7월엔 대한의사협회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가 의료 쇼핑과 약물 남용을 부추기고 있다”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신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도 준비 중이다.
연내 국회 복지위에서 비대면 진료법 논의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여당에서 법안이 아직 나오지 않은 데다 민주당의 태도가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한시적 허용 기간 비대면 진료가 3000만 건이나 이뤄졌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며 “현실을 반영해 더욱 효율적이고 진보적인 법안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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