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사업장에 자동운반장비(OHT)가 움직이는 소리만 들린다. 직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100% 자동화 공정’을 구축해 현장 직원 수를 줄인 삼성전자 경기 평택캠퍼스의 풍경이다. 518m 길이 라인에 방진복을 입은 직원 3~5명만 오간다. 10년 전만 해도 사람이 하던 웨이퍼(반도체 원재료) 운반도 기계가 대체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계에선 주요 생산기지를 ‘무인(無人)공장’으로 전환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2030년께 일부 사업장에 무인공장을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기계와 로봇만으로 공장을 돌린다는 계획이다.
무인공장 추진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인한 구인난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직원 투입을 줄이는 대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공장 운영 전략 전반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인력 의존도를 낮추면서 지속 가능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생산가능인구는 3694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4만4000명(0.9%) 감소했다. 전체 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지난해 71.6%에서 2037년(59.7%)에는 60%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공장자동화와 함께 2019년부터 인력 축소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글로벌 임직원 수는 26만6673명으로 3년 새 4만여 명 줄었다.
산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부품 입고부터 제조, 품질 검사, 포장, 운반까지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며 “이미 인력을 한 명도 투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라인당 투입하는 직원이 리스크 관리자 역할 정도라는 설명이다. LG전자 창원사업장, LS일렉트릭 청주공장 등도 대표적인 로봇·기계 중심 공장이다.
인력을 대체할 산업용 로봇 수요도 커질 전망이다. 산업용 로봇은 단순 반복 로봇에서 자율화 요소가 추가된 고속 로봇, 조립 로봇을 거쳐 지능화된 협동 로봇, 무인화 로봇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김영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능형 로봇에 대한 산업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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