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쩌려고"…푸틴의 복수극이 불러올 복합위기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2-09-12 05:31   수정 2022-10-12 00: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어찌 보면 희소식인데 알고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얘기들입니다. 일견 희망을 갖게 되지만 이내 절망을 맛보게 됩니다.

이번 주는 이런 '희망고문' 이슈들이 많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 핵협상, 그리고 미국의 소비물가지수(CPI)가 그것들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고 이란 핵협상도 더디 가더라도 진행은 되고 있습니다. CPI는 정점을 지나 하락폭이 커질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모두 인플레이션이나 킹달러, 에너지 위기 등을 부추겨 왔던 변수들입니다. 속 썩이던 골칫거리들이 잠잠해지면 글로벌 자산시장에도 평화가 찾아올 기미가 보여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 찾아뵙고 있습니다.
우크라에 울려퍼진 승전보의 의미


우크라이나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북부 도시를 수복했습니다. 제2의 도시 하르키우의 동쪽에 있는 바라클리아와 이지움을 탈환했습니다. 지난 6일부터 본격적인 작전을 시작해 5일 만에 러시아 쪽을 향해 40마일을 진격한 것입니다.

전형적인 '성동격서' 작전이었습니다. 남부지역 물류의 핵심인 헤르손을 장악하겠다고 선포해 러시아의 관심을 분산한 뒤 동북부 지역에서 실속을 챙겼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와 협상하자"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협상 제의를 시간 끌기로 보고 당장 협상에 응하지 않을 태세입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겨울이 오기 전 총공세를 펼쳐 동북부와 남부 지역을 되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우크라이나 편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어떻게든 러시아와 맞서려 하겠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이 버티기 쉽지 않습니다. 텔레그래프는 "혹한기로 접어들면 에너지 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타협을 요구하는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말처럼 올 겨울이 전쟁의 큰 분기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물러서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쟁은 일진일퇴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양국의 협상 여부와 전장의 분위기가 글로벌 자산시장에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이란 핵협상 두고 계속되는 파열음


이란 핵협상도 중대 기로에 서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2일 이사회를 열어 이란 핵문제를 논의합니다. IAEA의 중간 결론이 핵협상 분위기를 좌우할 공산이 큽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합의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란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이란 혁명수비대의 테러단체 지정 해소를 포기하면서 타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가 나왔습니다. 하루 10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풀릴 수 있어 국제유가 하락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쉽지 않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중재안을 두고 미국과 이란이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미국은 이란이 한 점 의혹 없도록 IAEA의 핵사찰을 받으라는 걸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란은 이전처럼 미국의 핵합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보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란산 원유는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하기 가장 좋은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 등 구매 국가들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단기간 내 합의 가능성은 난망한 편입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란산 원유를 찾는 국가들이 늘어 핵합의에 당장 급한 편이 아닙니다. 미국도 국내 휘발유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란과 핵합의를 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향후 금리인상 폭 결정할 근원 CPI가 문제


13일 발표될 8월 CPI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20~21일에 있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올 기준금리 인상폭을 결정할 중대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선 75bp(1bp=0.01%포인트) 인상이 유력합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11월 이후의 긴축 속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CPI가 그 전망을 결정할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로는 8월 CPI가 전년 동기대비 8.0%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 전망치도 같습니다. 모두 7월의 8.5%보다 0.5%포인트 낮습니다. 전월대비 상승률은 -0.1%로 전달의 보합(0%)에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시무시한 제롬 파월의 잭슨홀 발언 이후 치솟았던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조금 낮아졌습니다. 9월 FOMC 전 마지막 공개발언인 CATO연구소의 행사 발언 이후에 안정세를 취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근원 CPI입니다. 에너지 가격과 항공료, 중고차 가격 등은 떨어지고 있는데 집 월세와 음식 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입니다.



이 때문에 8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6.0(WSJ)~6.1(블룸버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5.9%였던 7월보다 비슷하거나 되레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달 대비 상승률은 0.3%로 7월(0.3%)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위 끈쩍끈적한 물가(Sticky Price)로도 불리는 경직성 물가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애틀랜타 연은이 집계한 '경직성 CPI'(Sticky CPI)는 계속 상승 추세입니다.

11월 이후 금리인상폭은 근원 CPI와 경직성 CPI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내려올 때까지 계속 금리를 올리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장기화 여부가 관건


우크라이나와 이란, CPI의 앞 글자만 따면 공교롭게도 탄식 소리를 연상시키는 '우·이·씨'가 됩니다. 이 세가지 사항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하루 아침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겨울의 위기가 오기 전까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일진일퇴를 거듭할 것입니다. 이란 핵합의를 두고도 지리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CPI도 평화의 시기로 돌아오는 데에는 기나긴 긴축의 강을 건너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기침체를 극복하지 못하는 국가는 도태될 가능성이 큽니다. 최대 적은 인플레이션이지만 이젠 '킹달러'와도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신흥국 뿐 아니라 선진국도 위기의 가시권에 접어들었단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여러 국가들의 위기 징후를 볼 수 있는 지표도 이번 주에 나옵니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산업생산이 각각 14일,15일에 공개됩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알려주는 소매판매도 15일에 발표됩니다. 수출로 먹고사는데 1년째 무역수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수출입 통계도 전날인 14일에 공시됩니다.



15일로 예정된 영국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는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로 22일로 1주일 연기됐습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중고 시대에 위기는 복합적입니다.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에너지 위기, 식량 위기 등이 언제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터질 지 알 수 없습니다. 장기화하는 인플레이션과 킹 달러 현상이 잦아들 때까지 잘 버텨 황소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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