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있는 OTT]'오징어 게임' 최대 라이벌…돈 많은 이들의 또다른 생존 경쟁

입력 2022-09-12 18:03   수정 2022-09-13 01:25


‘오징어 게임’이냐, ‘석세션’이냐.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미국 최고 권위의 방송상인 ‘제74회 에미상’ 작품상을 거머쥘 드라마가 사실상 두 개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전 세계에 ‘드라마 한류’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비(非)영어권 최초로 에미상을 접수할지, 미국 드라마의 전형인 HBO의 석세션이 이를 막아낼지에 드라마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작품은 작품상뿐 아니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여러 부문에서 맞붙는다. 해외 언론들은 오징어 게임과 석세션 ‘양강 구도’로 그리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석세션이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남우조연상(오영수)에 그친 오징어 게임을 ‘녹다운’시켰다.

2018년 첫선을 보인 석세션은 국내에선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과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이 ‘밑바닥 인생’들의 처절한 생존게임을 다뤘다면, 석세션은 재벌가의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그린다.

이야기는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지키려는 아버지 로건(브라이언 콕스), 아버지와 형제들을 제치고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차남 켄달(제레미 스트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다른 아들들과 딸, 조카 등은 이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린다.

탄탄한 스토리는 석세션을 시즌 3까지 이어지는 ‘장기 히트 드라마’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팽팽한 긴장감과 매회 거듭되는 반전이 일품이다. 갈 데까지 간 인간의 욕망을 가감 없이 그리다 보니 ‘명품 막장 드라마’란 별명까지 붙었다. 하지만 피를 나눈 가족이 서로를 물어뜯는 모습에 거부감이 든다는 시청자도 꽤 많다.

촬영 방식도 독특하다. 드라마에선 좀처럼 쓰지 않는 ‘핸드 헬드 기법’을 많이 사용했다. 핸드 헬드는 카메라를 삼각대 등에 고정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직접 들거나 어깨에 메고 촬영하는 방식을 이른다. 석세션은 이 기법을 통해 마치 가족 다큐멘터리 촬영 현장에 직접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동시에 인물의 심리 묘사에도 집중한다. 로건과 켄달의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두 인물을 수시로 클로즈업하는 식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정재와 남우주연상을 두고 경쟁하는 콕스와 스트롱의 연기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 콕스는 무게감 있는 연기로 작품의 중심을 잡는다. 스트롱은 유약하면서도 탐욕스러운 켄달을 잘 표현한다.

몰입감으로 따지면 오징어 게임에 한 수 밀린다는 평가가 많다. 생사를 가르는 잔혹한 게임이 이어지는 오징어 게임과 달리 석세션은 눈에 보이지 않는 두뇌 싸움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비영어권 vs 미국 드라마, 밑바닥 인생 vs 재벌가, ‘OTT 최강자’ 넷플릭스 vs ‘전통의 케이블 강자’ HBO의 대결. 에미상은 과연 어떤 작품을 선택할까.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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