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정점 찍었나…휘발유값 석달째 하락

입력 2022-09-13 17:20   수정 2022-10-13 00:01

미국 휘발유 가격이 13주 연속 하락했다. 6개월 내 가장 낮은 가격으로 떨어지며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세계 경기 침체 우려와 강달러 현상으로 원유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가 하락으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겨울철에 다시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휘발유값 전쟁 이전 수준으로
12일(현지시간)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72달러로 전주에 비해 0.07달러 떨어졌다. 5.0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6월 14일 이후 13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이 기간에 미국 휘발유값은 26%가량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휘발유값은 3월 초 이후 가장 낮아져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다가서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당시 미국 내 휘발유 소매가는 갤런당 3.54달러였다.

전문가들은 주요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기름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미국 내 원유 수요는 두 달 전보다 7% 줄었다.

투자정보 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운전자들이 예전보다 차를 덜 몰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의 휘발유 소비량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 남부 지역의 기름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날 기준 아칸소주와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주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1달러대를 기록했다. 텍사스주 기름값은 3.14달러로 미국 내 50개 주 가운데 가장 쌌다. 앤드루 그로스 AAA 대변인은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미국 내 기름값이 내려가고 있다”며 “곧 여러 주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겨울 되면 유가 급등할 것”
다만 겨울철이 되면 기름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WSJ는 “시간이 지나면 중국과 유럽의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석유회사들이 연기해온 정유시설 유지보수를 시작하면 원유 공급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정보 업체 OPIS의 톰 클로자 에너지 분석가는 “멕시코만에 허리케인이 발생하는지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내년 봄 전후로 휘발유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급감해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때문에 올겨울 유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유가가 겨울에 다시 올라갈 수 있는데 미국 국민들이 이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리스크”라고 답했다. 이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면 일시적으로 유가가 오를 수 있지만 미래의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장치”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연내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유럽연합(EU)은 12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달러 가치 변동도 유가 변수로 꼽힌다. 최근엔 달러화 약세로 인해 국제 유가가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1.14% 오른 87.87달러로 마감했다. 3거래일째 오른 것으로 이 기간에 7.13% 상승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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