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비싸게 팔아 1300억 번 랄프로렌…돈 몽땅 어쨌나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2-09-17 07:00   수정 2022-09-17 17:06

"폴로 퀼팅자켓 51만9000원 맞는 겁니까." "폴로 뭐하나 살 때마다 후들거린다."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 등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폴로 제품에 대한 원성이 적잖다. 셔츠 한장은 20만원에 육박한다. 랄프로렌코리아 한국 직원들조차 "미국 아울렛가서 사는 게 제일 싸다"고 말한다. 미국 공식홈페이지 직구(직접 구매)를 통해 사는 것이 제일 저렴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랄프로렌이 작년부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의 공식사이트 접속을 막으면서, 저렴하게 사들일 창구도 막혔다.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제품을 판 데다 인기도 끌면서 랄프로렌의 한국법인인 랄프로렌코리아 실적도 큰 폭으로 불었다. 곳간이 넉넉해진 랄프로렌코리아는 배당과 유상감자, 수수료 명목으로 최근 1300억원이 넘는 돈을 해외 본사에 송금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인 랄프로렌코리아는 지난 4월 7일에 541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진행했다. 이 회사의 100% 주주인 랄프로렌 네덜란드법인이 보유한 지분을 랄프로렌코리아가 541억원에 사들여 소각한 것이다. 이 회사는 2021회계연도에 중간배당으로 661억원을 모회사에 지급한 데 이어 로열티 명목으로 해외 법인에 115억원을 지급했다. 해외에 송금한 금액이 1317억원에 이른다.

실적이 좋아지면서 해외 송금액도 불었다. 매출 3839억원, 영업이익 1106억원을 거뒀다. 전년에 비해 각각 39.6%, 69.7%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53.3% 불어난 742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의 두 배가량을 해외 송금한 것이다.

랄프로렌코리아 실적이 불어난 것은 이 회사 브랜드 '폴로'가 2030세대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은 결과다. 1990년대 중후반을 강타한 폴로는 한 때 ‘아재룩(아저씨+옷차림)’ 취급받았다. 하지만 '뉴트로(새롭다는 의미의 ‘뉴’와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의 합성어)' 열풍에 힘입어 다시 인기를 되찾았다.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데다 공식 홈페이지를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바탕으로 매출을 극대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사는 올들어 꾸준히 인기를 끄는 셔츠와 재킷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여기에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조치도 시행했다.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11월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고려하면 70%까지 저렴한 폴로 제품의 구입 통로를 막아 버린 것이다. 랄프로렌코리아가 국내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가격을 적용하며, 매출을 불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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