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대표적인 5개 라면 제조사 관계자들은 지난달 ‘가격 인상’ 청원서를 들고 상무부 국내사업국을 찾았다. 라면은 태국에서 저소득층의 필수품으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가격을 올릴 수 있는 ‘통제 제품’이다. 라면 업체들은 기존 6바트(228원)에서 8바트(304원)로 33% 올려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태국 정부는 “밀, 팜유 등 원재료와 포장비 등 비용이 상승한 것이 확인됐지만 업체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은 지나치다”며 7바트로 1바트만 올리기로 결정했다. 태국이 라면값을 인상한 것은 15년 만이며, 그나마 이번이 세 번째다. 라면 업체들은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가운데 밀, 팜유, 연료비 내역까지 매달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 속에서 소비자에게 친숙한 제품의 가격 인상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급기야 한국의 국민 간식인 오리온 초코파이값도 내일(15일)부터 12.4% 오른다. 오리온은 국내 경쟁 업체들이 앞다퉈 가격을 올렸던 올초에도 초코파이 가격 인상을 자제했으나, 원가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오리온 초코파이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초코파이는 스토리가 참 많은 먹거리다. 군 졸병 시절 화장실에서 몰래 먹던 추억의 맛,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만났을 때 한껏 차오르는 ‘국뽕’, 베트남 제사상에도 오르는 K푸드의 한 축이다. 초코파이 가격 인상을 접하면서 이런 낭만적 기억보다는 신(新)인플레 시대의 냉엄한 현실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도 초코파이에 대해선 오래 견뎠다고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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