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 대전환(DX), 대한민국 새 성장동력으로 삼자

입력 2022-09-13 17:28   수정 2022-09-14 09:19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공장은 1700종이 넘는 제품을 연간 1500만 개 생산하면서도 불량품 발생률을 0.0001%로 낮췄다. 하루 5000만 개씩 쌓이는 데이터에 기반한 가상공장 디지털 트원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메타버스(가상세계)를 통한 판매망을 구축해 대형 온라인 쇼핑몰 의존도를 줄였고, 스타벅스는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판매·재고 관리 효율을 크게 높였다.

세계 각국에 디지털 전환(DX)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로봇, 가상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이루는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비즈니스를 혁신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DX 시장 규모는 2026년 1조2475억달러(약 172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뒤처지면 사업구조 혁신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도 낙오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까지 DX에 집중하게 만든 배경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즐비한 미국은 제조·유통·금융 분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제조업 강국 독일은 보쉬 SAP 벤츠 등의 제조 혁신을 정부가 뒷받침한다. 중국은 빅데이터 경쟁력을 기반으로 AI와 자율주행, 원격의료에서 앞서가고 있다.

한국도 기업들의 발 빠른 의사결정과 뛰어난 인력 덕분에 디지털 전환에 성공적으로 대처해왔다. 반도체와 배터리, 5세대(5G) 통신, 전기차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선두권에 올라선 원동력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저출산·고령화와 그에 따른 인력난, 생산성 저하 등의 난제를 극복하려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신산업 발굴에 사활을 걸고, 공장 자동화·디지털화를 통해 품질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문제는 아직도 아날로그적 사고에서 못 벗어난 정부와 정치권이다. 이들의 자기 혁신 없이는 디지털 경제에 역행하는 플랫폼, 핀테크, 모빌리티, 원격의료 규제 등을 뿌리뽑기 힘들다. 아산나눔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회사)의 절반 이상인 55개는 한국에서 온전히 사업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풍토에선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디지털 혁신이 꽃필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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