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내년부터 다회용 택배상자 도입을 추진한다. 다만 이로 인한 택배 배송비 증가, 택배 상자 회수율 확보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CJ ENM, 컬리, 농협경제지주, 원창수산, 한살림 제주 등 국내 유통기업 5개사 및 한국컨테이너풀, 신트로밸리, 에프엠에스코리아 등 물류기업 3개사와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다회용 택배상자 시범사업을 추진한 끝에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시범 사업은 각 유통사의 배송망을 통해 택배상자를 회수하되, 물류기업이 택배상자를 세척·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환경부는 한국폐기물협회를 통해 유통사 별 맞춤형 택배 상자를 제작했고, 7개월동안 택배 배송·회수 등 실증을 거쳐 경제성, 환경성, 자원순환성 등을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1년간 다회용 택배상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가정한 결과, 경제성은 조금 낮았으나 환경성과 자원순환성은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통기업 배송비는 169원(3.9%) 증가했다. 1회용 사용의 경우 5개 유통사 평균 배송원가는 4343원이었지만 다회용 사용의 경우 4512원이었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1회용 택배상자 보다 다회용 택배상자가 1회당 평균 74.49%(622.1gCO2/회) 낮아졌다. 1회용의 경우 835.1gCO2/회 였으나 다회용은 213.0gCO2/회를 기록했다.
폐기물 발생량은 압도적으로 낮았다. 다회용 택배상자가 1회용에 비해 99.3%(610g/회 → 4.3g/회)나 감소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 등의 증가로 인해 1회용 택배 포장폐기물 발생량은 2021년 14억개에서 지난해 36억3000만개로 2.6배 급증한 바 있다. 1회용 수송포장재 폐기물만 연간 200만톤 이상이다.
한국폐기물협회에서 택배 사용자 2402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설문조사를 한 결과, 총 356명의 응답자 중 294명(82.6%)이 다회용 택배상자가 1회용보다 보존, 보온, 보냉 등 성능이 더 우수하다고 답했다. 317명(89%)은 폐기물 감량과 환경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다만 역시 관건은 비용이었다. 다회용 택배상자의 사용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것에 대해 124명(34.8%)만 동의했다. 미반납을 예방하기 위해 보증금을 납부하는 것에 대해서도 120명(33.7%)만 찬성했다. 경제성 및 회수율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택배상자 등 다회용 수송 포장재의 표준화를 위해 내년 상반기 중 다회용 택배상자 표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다회용 택배상자 보급을 위해서 택배상자 제작, 세척·집하시설 설치 등의 초기 비용 지원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등 2024년부터 다회용 택배상자 보급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서영태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다회용으로 쓸 수 있는 커피전문점 컵 및 음식점 배달용기 등의 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다회용 택배상자를 비롯한 유통포장 분야에서 1회용품 대체를 통해 폐기물을 감량해 나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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