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관계자는 14일 “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올리면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과 물가 압박,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베이비스텝 또는 빅스텝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이긴 하지만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는 연 2.5%(미국은 상단 기준)로 같다. Fed가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인상폭만큼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한·미 금리 역전은 외국인 투자자금을 유출시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한·미 금리가 역전돼도 자본 유출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과거 금리 역전 기간에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대체로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이달 Fed의 자이언트스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향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시사해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정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같은 달 30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매파(통화 긴축 지지)’ 발언을 했을 때도 “한은이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전에 밝힌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Fed가 당초 예상과 달리 이달 하순 자이언트스텝을 넘어 울트라스텝을 밟으면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한은은 7월 보고서에서 “Fed의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심화할 경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상당폭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Fed가 울트라스텝을 밟는다면 한은도 빅스텝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한국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한은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