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은 DX를 통해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는 옴니채널을 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미국 오프라인 유통의 ‘지존’인 월마트는 4800여 개에 달하는 미국 전역의 매장을 배송 기지로 전환 중이다. e커머스의 최강자 아마존은 거꾸로 2017년 오프라인 식료품 업체인 홀푸드마켓을 137억달러(약 18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 온라인 식품 시장을 놓고 징둥닷컴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알리바바가 오프라인 식료품 유통업체 선아트리테일그룹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고객에게 끊임없이 소비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과 동시에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 글로벌 유통 강자들의 공통된 목표다.
이들의 구상대로 되면, 방대한 규모로 축적된 데이터가 인공지능(AI)과 결합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고객이 언제 어떤 상품을 얼마나 구매할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유통업의 최대 고민인 재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가 빅데이터 기술로 식품 폐기율을 1%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DX를 통해 수요 예측, 공급망 관리를 넘어 고객의 심리까지 조정하고 싶어 한다. 소비 성향, 결제 패턴, 배송 정보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SNS 활동까지 AI로 분석해 소비자들이 탐낼 만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아마존이 AI 서비스인 ‘알렉사’와 스마트TV를 판매하고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제공한 데 이어 최근 10조원 규모의 헬스케어 업체 인수에 나선 것은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허마셴성의 최대주주인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라는 막강한 금융 자회사를 통해 디지털 화폐와 신유통을 결합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DX가 글로벌 유통업계의 필수 조건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한 것 또한 사실이다. 연매출 185조원(2021년)인 징둥닷컴만 해도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11개 리테일 기업에 솔루션을 이식한 오카도 역시 2018년부터 작년까지 내리 적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 GS리테일 등이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유통의 DX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빚어지는 조직 내 갈등까지 감안하면 DX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유리그릇과 같다”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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