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햇살이 포근해지고, 바람은 살랑거린다. 가을은 야외활동이 부쩍 증가하는 계절이다. 단풍철이 다가오면서 등산과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추수를 위해 논밭에서 일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가을 감염병에 걸리는 사람도 덩달아 늘고 있다. 바이러스나 균에 감염돼 걸리는 질환은 대부분 발열, 근육통 등의 증상으로 시작한다. 이 때문에 감기나 코로나19로 오인하다 병을 키울 우려가 있다. 풀숲이나 산 등에서 야외활동을 한 뒤 감염병 증상이 1주일 넘게 계속되면 가을 감염병을 의심해야 한다. 가을 감염병의 종류와 특징,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쓰쓰가무시증은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한다. 진드기에 물린 뒤 1~3주 이내 고열 및 오한 증상이 나타난다. 물린 부위에 가피(검은 딱지)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 환자의 80%가 털진드기 유충의 활동 시기인 9~11월에 집중된다. 털진드기는 10월 초부터 개체 수가 급증해 11월 중순까지 가장 많이 발생한다.
SFTS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된다. 진드기에 물린 후 4~15일 이내 고열과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난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치명률이 20%로 꽤 높은 편이다. 6~10월에 환자가 발생하는데, 8월부터 현재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환자가 11% 증가했다. 매개체인 참진드기의 올해 밀도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된 설치류 및 가축(소, 돼지 등)의 소변으로 오염된 물, 토양, 음식물 등에 사람의 상처 부위나 점막 등이 노출된 뒤 5~14일 이내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 증상이 나타난다. 태풍, 홍수, 장마 때 오염된 물을 통해 균에 노출된 후 9~11월에 집중 발생한다.
신증후군출혈열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설치류의 배설물, 소변, 타액 등을 통해 배출된 바이러스가 건조돼 사람의 호흡기나 상처 난 피부를 통해 감염된다. 2~3주 이내 발열, 출혈 소견, 신부전 등 증상이 나타난다. 야외활동이 많은 사람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성별로는 남자, 직업별로는 군인과 농부의 발생률이 높다.
설치류 매개 감염병 예방을 위해선 쥐 배설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농작업이나 수해복구 등 야외활동 시 피부 보호를 위해 반드시 방수 처리된 장갑과 작업복 장화를 착용해야 한다. 농부와 군인 등 고위험군은 신증후군출혈열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가을철 야외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야외활동 후 발열, 두통, 근육통,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의료진에게 진드기 물림이나 야외활동력을 알리고 적기에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와 가을철 발열성 질환은 증상이 비슷하다.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올 경우 가을철 발열성 감염병을 의심하고 적극적인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음식 조리 전후나 식사 전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포장된 생수나 끓인 물 등 안전한 물과 충분히 가열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설사, 구토 같은 증상이 있거나 손에 상처가 있는 경우에는 식재료 세척 등 조리 과정에 참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물이 닿은 음식이나 4시간 이상 냉장이 유지되지 않은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수해로 오염된 지역에서는 유행성각결막염, 급성출혈성결막염 등 유행성 눈병과 피부병도 조심해야 한다. 피부가 오염된 물에 노출되면 피부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침수지역에서 작업할 때는 방수복과 긴 장화를 착용해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에 노출된 피부는 깨끗한 물로 씻어내는 게 좋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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