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의 가장 큰 강점은 손익 관리 역량이다. 2019년부터 지난 3년간 이익이 가파르게 성장했으며, 올해 상반기 누적 이익은 이미 전년 동기 대비 58.9% 개선됐다. 하반기 전망을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올해 연간 이익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또 2023년부터는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이 시행되면서 보고되는 재무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5년 연속으로 이익 증가세가 기대된다.
보험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메리츠화재의 특이사항은 우선 자동차 보험 비중(경과보험료 내 비중)이 8% 수준에 불과하고 장기 보험 비중이 88%로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자동차 보험은 자연재해에 따라 사고율이 높아지는 등 예측이 다소 어렵고,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정부 및 여론의 영향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또 계약자 행동에 따라 수익성이 일정 수준 종속될 수 있어 회사가 통제력을 가지는 부분이 제한적이고 외생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러한 영향으로 자동차 보험의 합산비율은 100%를 상회하며 보험 수지가 오랜 기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메리츠화재는 회사의 통제력이 높은 영역인 장기 보험의 사업비와 투자이익에 집중해 오고 있다. 장기 보험도 계약자의 행동 변화 등 외생변수에 따라 손해율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업비는 회사의 통제력이 크게 작용될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신계약비를 초기에 과도하게 인식하고 있어 매출 성장과 단기 손익이 반비례한다고 볼 수 있는데 메리츠화재는 이러한 점을 투자이익과 상쇄하며 유연하게 손익 관리를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신계약 판매 규모를 크게 늘리며 사업비 지출을 크게 늘렸지만 동시에 적극적으로 처분이익을 인식하며 투자영업이익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이후 2020년부터 처분이익을 축소했지만 신계약비 감소와 더불어 시장의 우려 사안이었던 위험손해율도 그동안 판매했던 신계약의 계속보험료 유입 효과에 힘입어 올해부터 90% 초반으로 빠르게 안정됐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보험영업이익이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IFRS17이 도입되면서 이익의 수준이 한 단계 더 상향될 공산이 크다. 이는 메리츠화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우량 손해보험사들이 해당되는데, 특히 변화의 핵심인 계약서비스마진(CSM) 측면에서 장기 보험 비중이 높고 보유 계약 중 최근 신계약이 많은, 달리 말하면 이미 반영된 신계약비 규모가 큰 메리츠화재의 변화 폭이 클 전망이다.
최근 들어서야 IFRS17 이후 법인세 등 주요 사안들이 확정됐기 때문에 아직 명확한 재무 영향이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 등 참고 지표들을 토대로 볼 때 장기보험 수지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려 요인도 존재한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메리츠화재를 포함한 메리츠 주요 계열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이러한 부분이 운용자산이익률 측면에서 강점이었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메리츠화재의 부동산 PF 규모는 5조9000억원(운용자산 내 약 24%)으로 상장 손해보험사 중에서 가장 컸고 운용자산이익률 또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즉 부동산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투자이익 성장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물론 보험사들의 부동산 PF는 대부분 선순위인 데다 신용보증도 충분해 부실이 야기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 위축으로 이익 성장이 약화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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