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큰손 투자자들이 음원 판권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몇년 새 플랫폼 급성장으로 음악 스트리밍 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음원 저작권을 통째로 인수하는 열풍이 거세다"고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가의 자산운용사들이 음원과 레코딩 저작권을 짭짤한 수익원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대중음악의 금융화'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은 영국의 유명 록밴드 핑크플로이드의 음악 저작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미 소니뮤직과 워너뮤직·BMG·프라이머리웨이브 등 대형 음반사들이 사모펀드 운용사 KKR 등의 자금을 바탕으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블랙스톤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핑크플로이드의 음악 저작권 가치는 최소 5억달러(약 695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음악 저작권 투자 열기는 2018년 시작됐다고 FT는 분석했다. 당시 '힙노시스 송스'라는 음악 저작권 투자 펀드가 설립되면서다. 엘튼 존과 비욘세 등의 기획사를 거친 머크 메르쿠리아디스라는 인물이 "음악 저작권을 채권처럼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산'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세일즈하자"는 데서 해당 펀드를 고안해냈다.
힙노시스 송스는 머라이어 캐리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원하는 것은(All I Want For Christmas)' 같은 전 세계적인 히트곡 6만5000여개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런던증시에도 상장돼 있어 일반 소액 투자자들이 음악 저작권 투자에 접근하기 쉽다. 메르쿠리아디스는 힙노시스 펀드가 사들일 음악 판권을 자문 및 결정하는 운영사 힙노시스 송 매니지먼트(HSM)도 설립했는데, 지난해 블랙스톤이 HSM을 인수하면서 '쩐의 전쟁'이 본격화됐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또 다른 인수 거래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음원 저작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하기도 한다. 음악이 금융시장에서 자산으로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블랙스톤은 이를 통해 2억2000만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콘텐츠조사업체 미디아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3억7000만달러에 불과했던 글로벌 음원 저작권 거래액은 지난해 53억달러로 폭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에는 5월 한달 사이에만 7억달러 규모의 음원 저작권 거래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무형자산인 음원의 가치 측정법이 변동성이 크다는 게 향후 투자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저금리 기조에선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음원 가치가 폭증했지만, 올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되면서 음원 가치 평가에서 할인률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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